'쌩얼' 출근 직장인·강원도 대피한 임신부…미세먼지 '각자도생'

입력 2018.01.17 11:02 | 수정 2018.01.17 13:47

5세와 2세 두 아들을 둔 직장인 김민경(35)씨는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발령된 17일 오전 7시쯤 급하게 회사에 하루 휴가를 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박물관 현장학습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자녀를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나자 견학이 취소된 것이다. 김씨가 이날 오전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한 미세먼지 농도는 124㎍/㎥. 화면에는 ‘매우 나쁨,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횡단보도.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하고 있다./ 최문혁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앞에서 주먹밥을 파는 한 노점상은 오는 19일까지 장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미세먼지가 심해진 데 따른 결정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시민들이 ‘미세먼지 속 각자도생’의 길을 찾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박연수(여·25)씨는 이날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출근했다. “지난해 봄 미세먼지가 심했을 때 피부 트러블을 경험해 어쩔 수 없이 민낯으로 출근하고 있다”면서 “미세먼지 전용 화장품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문지영(여·26)씨는 평소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왔지만, 이날은 안경을 썼다. “미세먼지 때문에 눈이 더 건조해져 렌즈 착용을 포기했다”고 했다. 미세먼지가 달라붙지 않게 해준다는 미스트(얼굴에 분사하는 보습제)를 하루 종일 뿌릴 생각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미세먼지가 있는 날 메이크업을 하면 모공이 더 막혀 피부 트러블이 심해진다’는 일종의 믿음이 있다.

서울 중구에 사는 김미경(여·33)씨는 전날 온라인 상거래 업체에서 3만원을 들여 창문 필터를 구매했다. 김씨는 "환기는 시켜야겠고, 미세먼지는 들이키기 싫어 창문필터를 구매했다"며 “실내공기를 환기할 수 있게 되니 한결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덜한 다른 지역으로 아내를 ‘대피’시켰다”는 사연도 있었다. 양재역에서 만난 회사원 김태완(36)씨는 “집과 차 안에 공기청정기를 비치했지만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며 “출산을 앞두고 있는 아내를 공기 좋은 강원도로 보내 의도치 않게 ‘별거’를 하는 셈”이라고 했다.

서울시청에 있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운영을 중단했다. 스케이트장 앞에는 ‘미세먼지 고농도가 예상돼 서울형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며 ‘이용객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7일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장이 붙어있다.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 스케이트장에는 ‘17일 6시부터 21시까지 서울형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돼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안소영 기자

급격히 심해진 미세먼지에 인터넷에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지마켓의 생활 카테고리에는 황사·마스크 100매입이 휴지 등 기본 생필품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옥션에도 45매, 50매, 60매 등 마스크 묶음 상품이 상위권에 올라오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미세먼지’ 키워드는 지난해 12월 30일 첫 시행된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이후 두 번째로 검색어 순위가 반등했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도 ‘공기청정기’ 검색어도 크게 늘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주식시장도 꿈틀했다. 미세먼지 관련주는 현재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오전 10시 25분 현재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위닉스는 전날보다 12.81% 오른 1만8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세먼지 테마주로 알려진 웰크론과 KC그린홀딩스도 4~5% 상승했다.

빈자리가 많은 서울 서초구청 주차장.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 비상조치 대책을 시행해 서울 360여개 공공기관 주차장이 폐쇄됐다. / 최문혁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원인으로는 서풍(西風)으로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수도권으로 넘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16일 0시~오후 4시 사이 16시간 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서울 85㎍, 인천과 경기도가 각각 102㎍으로 '나쁨'과 '매우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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