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맑으면… 최악 미세먼지 덮쳐도 비상조치 못 낸다

    입력 : 2018.01.17 03:03

    [전문가 "차량 자발적 5부제로 세금 감면해주면, 30억만 들여도 100만대 참여 가능"]

    현실과 동떨어진 미세먼지 대책
    당일 미세먼지 변화 대처 못해… 서울시민들 "황당한 시스템"
    오늘도 48억 들여 대중교통 공짜… 서울시 "그래도 과잉대응이 낫다"

    고농도 미세 먼지가 공습한 16일 서울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날인 15일 오전에는 미세 먼지가 심하지 않았는데도 대중교통 무료 운행,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같은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비상조치)가 시행됐지만 이보다 훨씬 고농도로 오염된 16일에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 15일 하루 동안 48억원을 들여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엄모(62)씨는 "오늘 미세 먼지가 나빠서 오늘도 어제처럼 대중교통이 무료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황당했다"면서 "미세 먼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씨도 "그제(14일)는 미세 먼지를 조심하라는 재난 문자를 받았는데, 어제(15일)는 왜 오늘 상황에 대비하도록 재난 문자를 안 줬는지 모르겠다. 예측 시스템이 미흡한 것 아니냐"고 했다.

    ◇"예보 부정확한데 큰돈 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비상조치 발령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복잡한 데다, 환경부와 기상청 예보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비상조치 발령을 결정하는 날(발령일 하루 전)의 실제 미세 먼지 농도(16시간 평균)와 다음 날 예보를 함께 고려해야 정확하게 필요한 시점에만 비상조치를 발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류 변화와 지형 영향 등으로 현재 미세 먼지 예보가 완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날 예보만을 기준으로 비상조치를 발령하기는 어렵고, "예보를 내놓는 당일의 대기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야 불필요하게 비상조치를 발령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기상 전문가는 "16일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고 15일 오후부터 농도가 대폭 상승한 점 등을 감안하면 16일에 비상조치를 내렸어야 했다"면서 "15일에 발령됐던 비상조치가 16일에는 없어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 등 미세 먼지에 대처하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덜 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다시 비상조치가 내려지자 "17일에도 대중교통을 무료 운행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17일은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정책이 들어간 '서울형 미세 먼지 저감 조치'가 발령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서울시는 공짜 대중교통 정책에 대해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며 "시민들의 차량 2부제 참여를 유도하고, 미세 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17일도 대중교통 무료"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하루 5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공짜 운행'은 미세 먼지 저감 실효성이 낮다고 말한다.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자신의 돈이라면 서울시가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서울시가 2005년 실시한 '자발적 5부제'를 제시했다. 정 전 부시장은 "자발적 5부제는 하루 운행 정지할 때마다 3000원 정도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서 "예산 30억원만 들이면 수도권 승용차의 12%인 100만대에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술 경희대 교수는 "미세 먼지 예보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 도입을 너무 서둘렀다"며 "미세 먼지 처리 장비를 갖고 있지 않은 중소 규모 공장을 규제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김기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 먼지 관리 체계와 배출 규제 인프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이 다같이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시행해도 비용에 비해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영욱 연세대 의대 교수(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는 "지금은 미세 먼지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홍보용 사업을 할 때가 아니라 피해를 입는 민감 집단을 집중 관리해야 할 시기"라며 "노약자나 임산부, 심혈관 계통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을 지급하고 이들이 머무는 곳에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도록 인력이 동원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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