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한 끼'라면 알바비 거덜 나도 좋아

    입력 : 2018.01.17 03:02

    20대, 평상시에는 절약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소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이모(22)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에서 9만8000원짜리 점심을 먹었다.

    수십만원짜리 한 끼 식사에 지갑을 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수십만원짜리 한 끼 식사에 지갑을 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쏟아붓기도 한다. /일러스트=김현지 기자
    라연은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재작년과 작년 연속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식당이다.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이 식당에서 코스로만 내놓는 요리는 점심이 9만8000~18만원, 저녁은 16만~25만원이다. 이씨는 "한 달 일해서 번 알바비 중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한 끼 식사에 썼지만 아깝지 않다"고 했다. "음식을 워낙 좋아해 꼭 맛보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올리자 '부럽다'는 친구들의 댓글과 하트가 수십개씩 달리고, 팔로어가 확 늘어나는 걸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요."

    '최고의 한 끼'에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비 모아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대 손님이 늘었다"며 "과거 라연을 찾는 20대 손님 비율이 10% 정도였다면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이후로는 30%쯤으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고 '일점호화(一點豪華)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일점호화란 일반 소비재는 저렴한 것을 구매하지만 어떤 한 가지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일본에서 1990년대 장기 불황과 함께 나타났고 국내에서는 2010년대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프랑스 레스토랑 보트르메종(미슐랭 1스타) 박민재 셰프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 공부 차원에서 음식을 맛보러 오는 조리학과 학생을 비롯해 20대 초반 손님이 많은데, 식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심때 주로 온다"고 했다. 조리학과 졸업 후 미국과 한국 여러 레스토랑에서 연수한 권혁만(26)씨는 "수업료라 생각하고 일해서 번 돈을 고급 레스토랑 경험에 투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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