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에 당서열 7위 보내는 중국의 올림픽 외교

    입력 : 2018.01.16 20:06

    외교부, “중국, 한정 신임 상무위원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통보”
    국회대표단,시진핑 부부 폐막식 초청...평화 외치는 시 주석 국제 위상 강화 계기

    중국이 한정 신임 상무위원이 이끄는 대표단을 내달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중국이 내달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당 서열 7위인 한정(韓正·64)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방침을 우리 측에 통보해온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요청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창올림픽 계기 방한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한정 상무위원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다음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베이징인 점을 내세워 시 주석의 폐막식 참석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시 주석과 통화하면서 폐막식 참석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을 단장으로 한 국회 대표단도 이날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시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의 여사의 평창 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초청했다.

    박 의원은 시 주석 부부가 참석하면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아시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국무위원은 폐막식에 시 주석을 초청한 데 감사하게 생각하며 시 주석에게 바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고 대표단측이 전했다.

    양 국무위원은 작년 10월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당서열 25위까지로 구성된 정치국에 진입한 인물로 시진핑 집권 2기 내각이 출범하는 오는 3월 전인대에서 15년만에 생길 외교 담당 부총리를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격'(格)의 문제인가

    중국이 평창올림픽에 공산당 서열 7위 인사를 보내기로 한 방침을 두고 '격'(格)’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를 평가하려면 우선 시진핑 정부의 올림픽 외교를 들여다봐야 한다. 시진핑이 2013년 3월 국가주석에 오른 이후 두 차례 올림픽이 열렸다.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에 열린 동계올림픽에는 시 주석이 개막식에 참석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밀월기를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에 속한 브라질이 2016년 8월에 주최한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는 국가급 지도자를 보내지 않았다.

    차기 대회 개최국 정상 참석이 관례라는 시각도 ‘격’ 논란을 키운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2008년 하계 올림픽을 치렀고, 2020년 동계 올림픽을 주최한다. 베이징 하계 올림픽 직전 대회인 2004년 8월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때는 폐막식에 당시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이 참석해 올림픽 기를 받았다. 이번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는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서기 겸 베이징 동계올림픽 위원장 참석이 확실시 되고 있다.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잇따라 시 주석을 보좌했던 차이 서기는 18기엔 중앙 후보위원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작년 10월 선출된 19기에선 정치국원으로 두단계 건너뛰는 승진을 했다

    중국 이외 나라로 시선을 돌리면 차기 올림픽 개최국 정상이 참석한 전례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2010년 2월 캐나다 밴쿠버올림픽 폐막식에는 다음 순번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의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당초 참석한다고 했다가 돌연 취소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러시아 대표단의 성적 부진 탓이라는 설이 돌았다.

    2016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는 2020년 하계올림픽을 여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슈퍼 마리오로 분장해 참석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는 다음번 개최국인 한국의 정홍원 총리가 참석했다.

    ◆평창 올림픽을 보는 중국의 속내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요청한 데 이어 최근 전화통화에서도 이를 거듭 요청했다. /연합뉴스
    중국이 한정 상무위원을 보내기로 한 것은 국가급 지도자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 상무위원은 전임 상무위원인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로 중국에서 상무위원은 국가급 지도자로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정은 상하이에서 줄곧 관료생활을 하고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상하이 시장을 역임한 뒤 상하이 당서기를 맡아오다 작년 10월 19차 당대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했다. 장쩌민(江澤民) 계열의 상하이방(幇)으로 분류된다.

    한정은 장 부총리가 맡아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영도소조 조장과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성) 일체화 사업 영도소조 조장 등을 맡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대일로와 징진지는 시진핑 정부들어 추진해온 역점 사업이다.

    18~19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19기 2중전회)에서 장관급 이상 새로운 내각 인사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폐막식 참석여부에 확답을 주지 않는 건 외교 예의일뿐 사실상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내비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국가급 지도자를 모두 보낼 경우 다음 개최국으로 주목을 받을 폐막식에 더 높은 급의 인사를 참석시킬 것으로 본다.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총리 등 중국의 정상급 인사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 여부에 우리가 과도하게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평창 올림픽 참석 자체가 되레 중국에 득이 된다는 지적에 근거한 우려다.

    평화와 공동 운명체를 상징하는 올림픽 참석은 평화와 공동운명체를 강조해온 시 주석의 국제 위상 강화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평창올림픽 불참은 오히려 언행 불일치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