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두달… 텐트속 533명 "설엔 집에 갈 수 있나요"

    입력 : 2018.01.16 03:04

    [여진 77회 이어져… 아직도 이재민들 풍찬노숙]

    북구 주민 1094명만 임대주택으로… 나머지는 60일 넘게 대피소서 생활
    노약자들 "추위에 병까지 악화"
    집 모조리 부셔져도 1400만원 지원, 이재민 "돈 대신 집 보수해 줬으면"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경북 포항을 뒤흔들었다. 그로부터 두 달, 크고 작은 여진이 77회나 이어졌다. 아직도 지진 이재민들의 고통은 진행형이다. 15일 현재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과 기쁨의교회 등 대피소 2곳에 주민 533명이 머물고 있다. 한때 1800명에 달하던 이주민은 300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500명으로 불어났다. 건축물 추가 정밀 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은 새 이재민 200명이 옮겨왔다.

    한낮 기온이 영하권에 머문 지난 13일 오후 흥해실내체육관에는 텐트 221개가 빼곡히 쳐져 있었다. 이재민 355명이 거주하는 임시 거처다. 가로 2m 10㎝, 세로 1m 50㎝ 텐트는 성인 2명이 누우면 꽉 찬다. 포항시는 대피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 은박지 매트리스를 깔았다. 대형 온풍기도 돌아가고 있으나 강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재민들은 두꺼운 외투로 몸을 두르고 나날을 견디고 있다. 60여 일째 텐트에서 지내는 박모(68)씨는 "여전히 여진이 걱정되는 데다 씻고 자는 일상의 모든 면이 불편하다"며 "설 전에 집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흥해읍 주민 김모(73)씨는 집 벽이 갈라지고 담장이 무너져 아내와 함께 체육관에서 지낸다. 그의 텐트 안에는 혈압·당뇨약과 신경안정제가 든 약봉지가 옷가지 사이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김씨는 "낮에는 버틸 만하지만 새벽에는 텐트에 있어도 매우 춥다"며 "몸도 안 좋은데 하루빨리 이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기약 없는‘텐트 숲’ 생활 - 지난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임시 대피용 텐트 200여개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는 지진 피해 이재민 533명 중 355명이 지난해 11월부터 머무르고 있다.
    기약 없는‘텐트 숲’ 생활 - 지난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임시 대피용 텐트 200여개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는 지진 피해 이재민 533명 중 355명이 지난해 11월부터 머무르고 있다. /권광순 기자
    경북도와 포항시에 따르면 지진으로 살 집을 잃은 북구 주민 중 70% 정도인 1094명이 임대아파트와 전세 임대주택 등으로 이사했다. 포항시가 마련한 조립식 주택과 컨테이너 주택 84채 중 60채에 159명이 입주했다. 이재민 중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피해 주택에서 한겨울을 보내기 어려운 노약자도 적지 않다. 허술한 집에서 추위에 떠느니 차라리 대피소 생활을 택하는 이재민도 있다. 이달 말 완료 예정인 주택 정밀 진단이 아직도 안 끝났거나 새로 옮겨야 할 집이 마땅치 않아 이주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진으로 집이 절반 정도 무너진 이재민 이모(76)씨는 "정부의 보상금은 집을 고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돈을 주지 말고 보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피해액은 550억원이다. 복구비로 1440억원이 들어갔다. 지진 규모 5.8로 역대 최대였던 경주 지진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는 이재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난해 12월에 전파(全破)·반파(半破) 주택 724가구에 각각 500만원과 250만원씩 모두 25억5300만원을 지원했다. 성금과 별도로 재난 지원금으로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 소파 100만원씩 배분했다. 주택 파손 피해가 덜한 1만6991가구에도 국민 성금으로 169억9100만원을 나눠주고 있다. 정봉영 포항시 이주대책본부장은 "이달 말까지 이주 단지 등 주거 대책을 마련해 설에는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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