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아이스하키 낙하산" 2030이 더 뿔났다

    입력 : 2018.01.15 03:11 | 수정 : 2018.01.15 07:09

    [오늘의 세상]
    평창 女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에… 文정부 지지층조차 "무임승차 안돼"

    "공부 못하는 이웃집 아이랑 수능 직전 국영수 정리하는 꼴"
    선수들 "단일팀 얘기에 힘빠진다"
    전문가 "청년들, 불공정에 분노… 대표팀 처지서 자신들의 모습 봐"

    여자 아이스하키 평창올림픽 단일팀 문제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스위스 로잔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국내 취재진에게 "여자팀 단일팀 구성 문제를 IOC에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여자 대표선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팀 부주장 조수지는 "단일팀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진다"고 했고, 베테랑 골리(골키퍼) 신소정은 "우리 의견과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이런 결정이 내려져 많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현재 단일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움직임이 일반 시각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단일팀 반대 댓글이 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이한 건 문재인 대통령 지지가 압도적인 20~30대 젊은 층이 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12~13일 이틀간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단일팀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네티즌의 60% 가까이가 20~30대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반대 입장이었다. 많은 네티즌은 "지난 대선 때 이 정부에 한 표를 찍었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목소리를 냈다.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해 4월 강릉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4부 리그)에서 맞붙었다. 작년 3월 귀화한 랜디 희수 그리핀(30·왼쪽)이 북한 최희정을 피해 드리블하는 모습. 당시 한국은 압도적 경기력으로 북한을 3대0으로 꺾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해 4월 강릉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4부 리그)에서 맞붙었다. 작년 3월 귀화한 랜디 희수 그리핀(30·왼쪽)이 북한 최희정을 피해 드리블하는 모습. 당시 한국은 압도적 경기력으로 북한을 3대0으로 꺾었다. /연합뉴스

    젊은 네티즌들은 북한의 '무임승차'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하루하루 올림픽 생각하면서 4년 넘게 준비해 온 선수들 생각은 안 하느냐"며 "실력도 안 되는 북한 선수 몇 끼워 넣으면 우리 어린 선수들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북한이 우리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수능 며칠 전 공부 못하는 이웃집 애랑 국·영·수 정리하라는 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올림픽이 아니라 남북한 동계체전"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어려움 속에서 운동하는 여자 아이스하키팀과 자신들을 동일한 처지로 받아들인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스포츠 정신건강의학)는 "우리 젊은 층은 불공정한 시스템 때문에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며 "열심히 노력하고도 부당하게 자리를 빼앗기는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동년배 선수들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라고 봤다. 취업 준비생인 강수민(24)씨는 "여자 대표팀 입장에서는 북한 선수의 합류가 '낙하산 특혜'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남북이 하나 되는 모습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을지 몰라도 젊은 층은 실리를 따지는 실용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며 "북한을 같은 민족보다는 '다른 나라'로 보기 때문에 우리 올림픽에 그들이 편승하는 모습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젊은 층은 천안함 폭침과 발목지뢰 사건 등으로 동년배들을 희생시킨 북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 것도 반발을 산 것으로 보인다. 정근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남북 단일팀을 하려면 절차가 투명해야 하고, 전력이 좋아지고, 평화통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세 가지 요소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절차와 전력 요인을 무시했다는 점에서도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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