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품격이 '똥통'에 빠지다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8.01.15 03:03

    트럼프 막말 후폭풍… 중남미·아프리카 등 "국가 존엄성 모욕"
    트럼프, 작년 한국계 정보관에게 "예쁜 아가씨가 北협상 나서야지"
    인종차별·성희롱성 발언해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 시각) 중남미 아이티·엘살바도르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똥통(shithole)'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당사국과 국제사회의 반발이 일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티는 31만명이 희생된 대지진 8주기(12일)를 앞두고 '똥통' 발언이 나온 데 격앙했다. 아이티 정부는 성명에서 "과거 아이티는 미국의 독립 투쟁을 돕기 위해 1779년과 1814년 두 차례 수백명의 병력을 미국에 보내 함께 싸웠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혐오스럽고 불쾌한 발언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 정부도 "우리와 다른 나라들의 존엄성이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두 나라는 모두 자국 주재 미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다.

    아프리카도 반발했다. 아프리카 55개국 연합체 아프리카연합(AU)은 12일 성명에서 "충격과 경악,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은 "우리는 똥통 나라들이 아니다. 강대국이더라도 이런 모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도 공식 성명을 통해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말을 한 미국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의 직업 외교관인 존 필리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가 "트럼프 밑에서 더 이상 봉직할 수 없다"며 지난달 말 사임 의사를 밝힌 사실이 이날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트럼프 발언은 세계 각국 언론들에도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AFP통신은 각국 언론들이 트럼프의 '똥통' 발언을 어떻게 번역해 전달할지 고민하면서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불결한'(NHK), '더러운'(산케이)처럼 최대한 순화된 표현을 썼다. 중국도 '나쁜 나라들'(인민일보)이라는 정제된 표현을 했다. 유럽 국가들은 '세계의 배설구'(체코), '돼지우리'(루마니아) 등으로 번역했다. '새가 알을 낳지 않는 곳'(대만), '늑대나 짝짓는 곳'(세르비아)처럼 자국 정서에 맞춰 에두른 표현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필리핀 언론들은 '똥통' 표현을 그대로 썼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익히 써온 표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NBC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계 여성에게 한 문제성 발언을 추가 폭로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가을 파키스탄 인질 억류와 관련해 백악관에서 브리핑한 한국계 여성 정보관에게 출신 지역을 캐물은 뒤 "부모는 한국 출신"이라는 답변이 나오자 "왜 예쁜 한국 아가씨가 북한과의 협상에 참가하고 있지 않느냐"며 인종차별·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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