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4번에 기자회견까지, 'BBK 특검' 정호영이 나서는 이유는?

입력 2018.01.14 19:35 | 수정 2018.02.26 18:11

14일 오후 기자회견 자청해 입장 발표
정 특검 “검찰은 부실수사로 특검 초래
… 후속 수사도 안하고 특검 비난하나”
일각에선 “형사책임 모면용인가?” 의견도


정호영(69) 전 BBK특별검사가 14일 “오히려 검찰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같이 말했다. 그동안은 수시팀 명의로 입장자료나 보도자료를 냈지만, 이날은 정 전 특검이 직접 나와 기자들에게 해명했다.

정 전 특검은 “부실수사로 특검 수사를 초래하고, 특검으로부터 기록을 인계받은 후 후속수사 등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당시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특검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특검은 최근 한달 사이 BBK 관련 자료만 4번 냈고, 14일에는 급기야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이 피(被)고발인 신분이어서 오히려 조심스러울텐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


정호영 전 'BBK 의혹사건' 특별검사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상가 5층 회의실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우선 그에 대한 법조계 인물평부터 들어보자.
‘화이부동(和而不同)’
정 전 특검이 지방의 법원장으로 일할 때 단독 판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말을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친하게는 지내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고, 서울대 출신인 정 전 특검은 서울지법 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거쳐 서울고법원장과 중앙선관위원을 지냈다. 특검 임명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능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봤을 때 ‘믿을 수 있다’고 할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인물을 추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이 부분을 감안해 이 대법원장이 추천 후보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 내에서 ‘젠틀한 영국신사’라는 평가를 받는 그에 대해 한편에서는 “법관의 명예보다는 조직의 논리를 따르는 실질적인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판사다움이나 법관의 독립에 대해서보다는 조직에 대한 생각, 전체 권력구조의 흐름에 따라 채널을 맞추는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권력과 코드 맞추기’의 성향도 있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그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①‘면죄부 준 특검’에 대한 형사처벌 보호막이용 ②부실수사 관련 논란 진화용 ③재수사를 막기 위한 여론플레이 등이다.

① 형사책임 모면론

'실용주의 영국신사' 정 전 특검이 적극적으로 “검찰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BBK 특검팀은 지난 보도자료에서 "120억원 상당은 제한적인 계좌 추적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보관하고 있던 계좌 일체를 파악한 것으로 그 범위를 벗어난 방법에 따라 특검이 발견하지 못한 일부 금액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며 부실수사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부실 수사를 인정하면서도 직무유기 등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BBK특검팀은 수사를 제대로 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것 같은데 여러 번 공식 해명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찔리는 게 있는 것 아닐까 싶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재조사를 막아보려는 것 같다”고 했다.

②논란 진화용

당시 수사관행상 정호영 전 특검이 모른 채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 부실수사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그가 적극적인 해명을 나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함께 일했던 특검팀으로 불똥이 튀기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 전 특검은 연수원 2기의 원로 법조인으로 이미 소속 로펌(법무법인 태평양)에서도 '고문' 직함을 달고 2선에서 활동 중이다. 그를 알고 있는 한 변호사는 “후배들을 잘 챙긴다”며 “함께 일했던 특검팀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③재수사를 막기 위한 여론플레이

이번 다스 관련 수사를 ‘정치적인 수사’로 몰아가 수사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여론전 성격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수차례 반복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또 한다는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면서 “당시 특검팀도 이같은 여론에 기대 수사 자체가 신뢰를 잃도록 한다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BBK특검팀은 2008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큰형 이상은씨가 다스의 회장으로 대내외적 업무 일체를 보고 받고,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으며,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설립, 운영 등에 개입한 정황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비자금 120억원도 여러 증거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경리팀 여직원의 개인 횡령으로 결론냈다. 당시 이 여직원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사 결과 발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