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된다' 하면 우르르… '아니다' 또 우르르… CNBC "한국 때문에 하루 1000억달러 증발"

    입력 : 2018.01.13 02:19

    한국 사회의 병적인 '쏠림 현상'
    2000년대 벤처·2003년 카드빚, 2011년 저축銀… 끝은 버블붕괴
    "정부가 중심 잡고 대책 세워야"

    지난달 19일 외부 해킹으로 170억원 규모의 가상 화폐를 도난당해 파산을 선언한 가상 화폐 거래소 '유빗'의 서울 강서구 사무실은 10여대 남짓한 컴퓨터와 책상이 전부였다. 보안을 책임지는 대형 서버는 물론 흔한 거래 상황판도 없었다.

    이날 썰렁한 사무실을 가득 채운 건 피해자들의 고성이었다. 보유 코인의 75%만 돌려받게 된 고객들은 삿대질과 함께 4명이 전부인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한 피해자는 "이런 수준의 거래소에 내 돈을 맡겼다니 내가 바보다"고 탄식했다. 곗돈 5000만원을 넣었다가 피해를 봤다는 주부 A씨는 "계원들에게 '비트코인을 사면 주식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해서 함께 모은 곗돈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며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하느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3대 가상화폐의 한국시장 비중 그래프

    비트코인 광풍은 주기적으로 쏠림 현상에 휘둘리는 한국의 병리 현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그 실체도 제대로 모른 채 남들 하니까 무작정 따라 하는 사람이 많다"며 "과거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몇 번의 버블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 몇 차례 있었던 쏠림 현상은 예외 없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채 처절한 붕괴로 끝을 맺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버블, 2003년 카드 부채 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돈이 된다는 얘기가 나오면 너나없이 몰려들었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르르 빠져나오면서 마지막에 폭탄을 갖고 있던 사람이 다중 채무자가 되는 구조다.

    그때마다 쏠림 현상의 병폐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문제는 계속되고 있고 이번엔 비트코인이 정점에 있다.

    영국 경제 전문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정부의 경고에도 한국에서는 어린이들까지 무작정 가상 통화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고, 미국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통신은 "한국만큼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병리 현상은 세계적인 비트코인 시세 하락까지 불러왔다. 미국 CNBC방송은 11일 "한국 내부 상황 때문에 하루 사이 가상 화폐 시가총액 1000억달러(약 107조원)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비트코인 국제 가격은 10일 1코인당 1만4973.3달러에서 11일 1만3405.8달러로 급락했다.

    쏠림이란 한국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해결하려면 정부부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각종 쏠림 현상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보면 단기간에 어떤 해결을 하겠다고 몰아치면서 정부 스스로 쏠림에 빠져들곤 한다"며 "정부는 중심을 잡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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