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지나자 동상 걸릴 듯… 30분새 생수 얼었다

    입력 : 2018.01.13 03:09 | 수정 : 2018.01.13 14:20

    [영하 25도 대관령… 前러시아 특파원, 최강한파 체험해보니]

    터미널 도착하자마자 콧물 얼어… 대관령휴게소 체감온도 영하 30도
    상의 4겹·하의 3겹 입고도 덜덜… 등산객 "온몸에 핫팩 둘러도 춥다"
    전국 오늘 낮부터 평년기온 회복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친 12일 기자는 기상청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을 찾았다. 이날 대관령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0도. 바이칼호수로 유명한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이르쿠츠크(12일 최저기온 영하 15도)보다 추운 날씨였다.

    이날 오전 7시 평창군 횡계 시외버스터미널을 나서자 곧 코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콧물이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거리를 1분쯤 걷다 보니 속눈썹과 눈가에도 작은 얼음이 맺혔다. 아침 일찍부터 가게 문을 열기 위해 나온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에 모자·마스크·장갑 등으로 완전 무장한 상태였다. 편의점 밖을 두리번거리던 한 아르바이트생은 "며칠 사이 가게 앞 보도가 얼어 손님들이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 확인하러 나왔다"면서 "아침마다 자동차 시동이 안 걸릴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주말마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는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해발 800m)로 올라오자 추위가 더 심해졌다. 횡계리 시내에서 차로 10분가량 이동했을 뿐인데 바람이 훨씬 세지고 기온도 내려갔다. 갖고 있던 온도계의 수은주는 영하 25도를 가리켰다. 동행한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풍속이 초속 5m 정도여서 체감온도는 영하 30도에 달할 것"이라며 "대관령에서 2년째 근무하는데 올해가 작년보다 훨씬 춥다"고 말했다. 산 너머 강릉이 내려다보이는 휴게소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동안 안경과 마스크에 서리가 끼면서 앞을 보기도, 걷기도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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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닥친 12일 오전 8시 7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의 한 등산로에 놓아둔 생수(왼쪽)가 30분 후 꽁꽁 얼어붙었다(가운데). 기자 안경에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서리가 끼어 있다(오른쪽). /이태경 기자

    기자는 상의 4겹(티셔츠, 니트, 경량 패딩 조끼, 패딩)과 하의 3겹(속바지, 내복, 바지)을 입고 양말 2겹에 등산화까지 챙겨 신었지만, 1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아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1월 방문한 북극권 도시 무르만스크(북위 67도, 당시 최저기온 영하 30도)보다도 칼바람이 매서웠다. 북극권 도시에서 역할을 톡톡히 했던 장갑도 뼈를 파고드는 바람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동상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인근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등산객 이견우(41)씨를 만났다. 그는 전날 오후 3시 산을 올라 능경봉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등산을 하려고 휴가를 냈는데 일정을 취소할 수 없어 '동계훈련이라고 생각하자'는 심정으로 왔다"며 "양손, 양발, 몸통 앞뒤로 핫팩을 댔는데도 견디기가 어렵다"며 하산을 서둘렀다. 차에서 내려 휴게소 주위를 둘러보는 30분 동안 250mL 생수병이 꽁꽁 얼었다.

    이날 전국은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다시피 했다. 다음 달 동계올림픽이 열릴 알펜시아 올림픽파크는 이날 최저기온 영하 21.3도를 기록했다. 서울은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져 한강이 꽁꽁 얼었고,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 가로림만은 얕은 바다가 일부 얼어 소형 선박이 출항하지 못했다. 제주도에서는 한파에 폭설까지 겹치면서 11~12일 비행기 248편이 결항하고 140편이 지연 운항해 승객 7500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토요일인 13일 낮부터 추위가 서서히 풀려 일요일인 14일에는 전국이 평년 기온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서울은 13일 아침 최저 -9, 낮 최고 1도를, 14일엔 아침 최저 -4, 낮 최고 5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토요일인 13일 새벽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충북 북부 지역은 5㎜ 미만의 비가 내리거나 1㎝ 내외로 눈이 쌓일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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