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비창'… 절제 속에서 빛난 '쇼팽 소나타'

조선일보
  • 김경은 기자
    입력 2018.01.13 03:01

    [공연 리뷰] 조성진 첫 전국투어

    살인적 스케줄이 그를 뒤흔든 걸까. 20대 청년에게 '비창'의 깊은 슬픔은 아직 버거웠을까.

    1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은 1부 첫 곡으로 베토벤의 소나타 8번 '비창'을 선보였다. 그가 무대로 걸어나오자 박수와 환호가 장내를 뒤덮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을 땐 2500명 청중도 숨을 죽였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성진이 드뷔시 ‘영상 2집’과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성진이 드뷔시 ‘영상 2집’과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그러나 조성진은 시작부터 불안해 보였다. 7일 부산을 시작으로 날마다 공식·비공식 음악회를 소화한 탓인지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3악장으로 접어들어서야 특유의 영롱한 음색이 도드라졌다.

    두 번째 곡인 베토벤 소나타 30번에선 본연의 내공을 보여줬다. 전 석 매진이라 빈 자리가 없고, 관객 대부분이 두꺼운 외투를 껴입어 웬만한 베테랑 연주자가 아니면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조성진은 침착했다. 그에게 베토벤은 "쇼팽만큼이나 많이 다뤄본 작곡가"였다. 자신의 색채를 맘껏 드러내는 대신 '절제'의 미덕을 발휘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악보 위를 정석대로 한 발짝씩 내디뎠다. 담백했다.

    공연 후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는 조성진.
    공연 후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는 조성진. /크레디아
    쇼팽 콩쿠르 우승 후 2년.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고단했을 나날들이 이날 연주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특히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에서 밝고도 감미로운 열정을 맘껏 쏟아내 1부의 아쉬움을 날렸다. 앙코르 곡은 쇼팽 발라드 1~4번. "앙코르는 달콤한 디저트와 같아 두세 곡이면 충분하다"던 평소 신념과 달리 객석에 선물을 한 아름 안겼다.

    이날 독주회는 조성진의 식지 않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 부산·서울·전주·대전으로 이어지는 조성진의 첫 전국 투어 리사이틀 티켓 9700매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매진됐다. 영하 12도 강추위에도 음악당 로비는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였다. 조성진의 드뷔시(DG) 음반 표지를 담은 대형 포스터 앞에는 기념 촬영 하려는 이들로 거대한 인간 띠가 형성되기도 했다. 객석엔 지난해 11월 협연한 베를린 필의 일본인 악장 다이신 가지모토와 소프라노 임선혜, 배우 윤여정, 조성진의 스승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함께했다. 조성진 독주회는 13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14일 대전예술의전당을 끝으로 막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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