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준 의원들께 후원합시다"... 대한변협 정치후원금 독려 논란

    입력 : 2018.01.13 09:05

    현안 때마다 2만명 회원에 메일로 독려
    협회 간부, “특정 의원 후원하자” 메시지
    일부 변호사들 “위법성 논란에 빠질수도”
    협회 측 “건전한 정치문화 조성 위해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회원들에게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을 낼 것을 독려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변협 측은 “건전한 정치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자는 취지로 안내만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국회 입법과 관련한 현안이 많은 변협이 정치후원금을 독려하는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전국 회원 수가 2만여명에 이르는 한국 최대 규모의 변호사 단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8일 전국 회원에게 보낸 이메일 제목

    대한변협은 지난 8일 ‘국회의원 후원금 기부 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전국 회원들에게 보냈다. ‘법치주의 아래 국민과 사회를 위한 민주정치가 확립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게 주요 내용이라고 회원들은 전했다. 이메일에는 현직 국회의원 297명의 이름과 후원 계좌번호 등이 정리돼 있는 문서도 첨부돼 있었다.

    “세무사법 표결에서 변협을 도와준 김진태, 김경진, 손금주, 송기석, 박찬대, 이용주 의원 중 한 분께 10만원만 후원해 주세요. 송금시 변호사 직함 기재하시고요. 송금 후 제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대한변협 한 간부는 1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 메시지를 받은 한 변호사는 “우리 업계를 도와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는 있지만, 협회 간부가 송금 여부까지 확인하겠다는 말에 좀 놀랐다”고 했다. 그는 또 “잘못 이해하면 세무사법 반대표를 던져준 의원들에게 대가를 주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고 했다.




    김현 협회장(앉아있는 좌측에서 세번째) 등 대한변협 간부들이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하며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 대한변협 제공


    이 메시지가 뿌려진 날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날 김현 협회장 등 대한변협 간부들은 국회 앞에서 삭발까지하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215명, 반대 9명, 기권 23명. 변협 간부가 후원금을 보내자고 거론한 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다.

    세무사법은 1961년 제정 당시 변호사와 계리사(현 공인회계사), 상법·재정학 석·박사 학위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도록 했는데, 이후 몇 차례 법 개정을 거쳐 다른 직군은 다 빠지고 변호사만 남았었다. 세무사들의 요구로 16대 국회였던 지난 2003년부터 19대 국회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법조인 출신들이 포진해 있는 법사위원회의 관문을 넘지 못한 채 폐기돼 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사실상 세무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었다.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해 4월에도 국회의원 정치후원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회원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당시는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대규모 아파트의 상임감사나, 중규모 아파트의 비상임감사로 선임해 업무 감사를 실시하게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었다.

    대한변협이 변호사 업계의 이익과 직결되는 국회 입법과 개인적인 정치후원금을 연결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몇몇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위법성 논란도 부를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한 중견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단순한 안내지만 협회 지도부가 업계의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들과 거래를 하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며 “넓게 보면 청탁과 대가를 의심받을 수도 있고, 변협의 쪼개기 후원금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런 걸 로비활동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현행 법을 어기지 않는다고 해서 법조인들이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이 정당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해 기부 안내 행위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현 협회장은 “정치후원금 기부는 법이 보장하고 권장하는 제도”라며 “후원금 기부를 통해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문화를 만들자는 것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을 돕자는 내용을 포함해서 후원금 독려를 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문제가 될 문장이나 표현은 모두 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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