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비자금 120억원’ 놓고 10년 전 특검과 검찰, 책임공방벌이나

    입력 : 2018.01.13 09:00

    BBK 특검팀 “수사자료 다 넘겼잖아” vs.
    임채진 전 총장 “수사해 달라는 말 안했잖아”
    부실수사 의혹 수사하자 ‘책임 떠넘기기’하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2007년부터 12년째 이어진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을 수사했던 정호영 BBK 특별검사팀과 당시 검찰 수뇌부가 때늦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할만큼 다했고, 수사 자료는 모두 검찰에 넘겼다”고 하는 반면 당시 검찰 수뇌부는 “수사 자료만 줬지 ‘계속 수사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BBK 특검팀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리직원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난 다스의 비자금 120억원은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어서 특검기간이 끝난 뒤 수사 자료 일체를 검찰에 넘겨줬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과 9일, 그리고 이날까지 총 네번의 해명 자료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내용이다. 이는 전날 검찰 관계자들이 “당시 특검이 수사 종료 후 우리(검찰)한테 더 수사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온데 대한 대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사건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할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지난 2008년 1월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조선일보DB

    실제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본지에 “당시 특검이 검찰에 이송, 이첩, 수사의뢰 등 계속 수사가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추가로 수사할 근거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보통 특검팀은 수사 기한이 끝날 때 관련자들을 형사 입건해서 넘기거나(이송), 범죄 정보를 정리해 통보하거나(이첩), 혐의를 찾아냈을 경우 정식으로 수사의뢰를 하기도 한다. 이런 후속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검찰도 이후 별도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임 전 총장 등 당시 검찰 수뇌부가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힌 이유는 이들이 “수사한 자료를 모두 검찰에 넘겼다”고 밝히자 “그러면 검찰은 왜 그 이후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 전 특검과 BBK 특검팀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10년 전 특검과 검찰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모습이다.

    2009년 6월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임채진 검찰총장이 청사를 나서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조선일보DB

    검찰, 특검 번갈아 다스 수사만 다섯번째
    모두 ‘무혐의’… 시민단체 고발하자 또 수사
    법조계 “정권따라 一事不再理도 없는 나라”


    다스와 관련된 수사는 2007년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검찰과 특검이 번갈아 네 차례 수사했지만 모두 이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났다.

    처음 불거진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다. 서울중앙지검은 그해 8월 서울 도곡동 땅의 매각 대금 일부가 다스로 흘러들어간 것을 두고,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인지 여부를 수사했다. 이 땅은 다스의 대주주인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2010년 사망)씨가 1985년 15억원을 주고 샀는데 10년 뒤 포스코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검찰은 도곡동 땅이나 다스 모두 이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같은해 12월 다스가 투자한 투자자문회사 BBK가 이 전 대통령 소유인지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이 사건으로 재미교포 김경준씨는 BBK를 통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140억원을 날린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 전 대통령은 역시 BBK나 다스와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국회는 결국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정호영 특검팀의 수사가 진행됐다. 이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특검팀은 “다스는 MB의 것이 아니며, 경리직원이 개인비리로 횡령한 120억원 외에 다른 수상한 자금은 못 찾았다”고 했다. 현재 수사중인 수사팀도 12일 “현재까지 120억원 외에 추가로 드러난 자금은 확인된 적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줄곧 “(이 전 대통령은)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피해자이며 , 다스는 형님(이상은씨)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퇴임을 앞둔 2012년에는 내곡동 사저를 구입하는데 다스의 자금이 일부 유입된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이광범 특검팀은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끝냈다.

    수사기관이 네번이나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낸 사건을 검찰이 또 수사하고 있다. 이번에는 참여연대와 민변 등이 다스 실소유주와 정호영 전 특검을 처벌해달라며 고발한 사건인데, 검찰은 이례적으로 고발사건 전담 수사팀까지 꾸렸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는 정치 권력에 따라 일사부재리 원칙도 무시되는 나라”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처분이 끝난 수사를 다시 꺼내서 수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래서 검찰은 정치 검찰이라고 욕먹고, 정권은 법치를 흔들어 권력을 유지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현직 고위 법관은 “공정하고 평등한 기준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 법치의 기본인데, 요즘은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이 입맛대로 법을 주무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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