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락가락 대북 발언…김정은 ‘병든 강아지’라 하더니 갑자기 ‘좋은 관계’

입력 2018.01.13 1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아마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남북대화 성사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전날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과 제재 기조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대북 발언을 볼 때, 그의 태도 변화 조짐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김정은과 ‘핵 단추’ 경쟁을 벌였다. 김정은이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도 하는 핵 단추를 갖고 있다고 응수했다. 경솔한 발언이란 비판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는 추측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며칠 만에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이달 6일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 (내가) 김정은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했고, 10일엔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의)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널뛰기 발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신의 말과 입장을 순식간에 뒤집는다.

그는 지난해 8월 8일 “김정은은 정상 상태를 넘어 위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은 세계가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2주 만에 말을 바꿔 같은 달 22일에는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했고 30일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고 하며 대화 가능성을 차단했다. 한 달 동안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과 대화 가능성, 대화 불가 입장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조롱하거나 모욕성 발언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2016년 1월 아이오와주에서 대선 유세 연설을 하던 중 김정은을 ‘미치광이(maniac)’라고 불렀다. 북한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한 핵실험을 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5월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을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madman)’라고 부른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dotard)’라고 부르며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 방어를 위해서라면 핵무장을 한 북한을 파괴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정은은 사흘 후 트럼프 대통령을 ‘겁먹은 개(frightened dog)’라고 표현하며 “노망난 이 미국 늙은이를 불로 길들일 것”이라고 했다. 당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개 짖는 소리’라고 평가하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노망난 늙은이’ 표현에 대해 지난해 11월 12일 트위터에 “나는 김정은을 키 작고 뚱뚱하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는데 왜 그는 나를 늙었다고 모욕하는 걸까. 난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그는 이후에도 김정은을 ‘병든 강아지(sick puppy, 정신병자 의미)’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 등이라고 부르며 김정은에 대한 조롱을 이어갔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공동 창업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11일 “미국과 북한이 직접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화에 나서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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