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낸 음주운전자..검찰, 유족측 엄벌 요구-국민 법감정 수용해 영장 재청구해 구속기소

    입력 : 2018.01.12 18:46

    “‘나이 더 들면 써주지도 않는다’며 55세 정년을 넘기면서 일을 한 엄마, 퇴직 후에도 홀로 육아와 살림하는 나를 도와주느라 편히 쉬지 못한 엄마, ‘아직도 음식 못하냐’는 아빠의 타박에 ‘내가 해주면 되지’하던 엄마…. 음주운전으로 저희 엄마를 앗아간 피의자를 구속하고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주세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딸 A씨(39)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이런 탄원서를 냈다. A씨의 어머니 정모(59)씨가 당한 교통사고 전말은 이랬다. 지난해 10월 5일 오전 7시10분쯤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윤병원 인근에서 조모(25)씨가 소나타 승용차를 몰다 보행로에 있던 정씨를 치었다. 정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조씨는 전날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편도 4차선 1차로를 시속 84㎞로 달리던 조씨의 차는 갑자기 4차로로 뛰어들어 보도 위의 정씨와 현금지급기를 잇따라 충돌하고 멈춰섰다. 조씨는 경찰에서 “밤새 술 마시느라 잠을 못자 깜박 졸았다”고 말했다. 당시 조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1%)를 훌쩍 넘긴 0.14%였다.
    숨진 정씨는 친구들과 전남 순천으로 여행을 가려고 사고지점에서 일행의 차를 기다리다 변을 당했다. 약속시간까지 불과 10분을 남겨둔 때였다. 정씨는 1남 2녀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창원의 한 에어컨 부품공장에서 30년을 일하며 억척같이 살아온 ‘엄마’였다. 유족 측은 “사고 11개월 전인 지난 2016년 10월 정년 퇴직, 인제 좀 여유를 갖고 쉬시려나 하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사고를 낸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조씨가 합의 노력을 했고 도주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결국 불구속 입건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유족들은 가해자 조씨가 제시한 합의금 4000만원을 거부하고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저희 엄마를 앗아간 조씨를 구속하고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검찰은 유족들의 요청과 합의가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 이 사건을 검찰과 일반시민 등 9명으로 이뤄진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해주도록 했다. 회의 결과, 위원 9명 중 8명이 영장 재청구 의견을 제시했다. “조씨가 음주운전으로 단란한 가정을 파탄 내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이 결정에 따라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결국 법원도 영장을 발부했다.
    창원지검 형사1부(부장 최헌만)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모(25)씨를 최근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했고 살인 예비행위로 평가되는 음주운전 사범에 대해 법을 엄정히 집행한 것”이라며 “공판과정에서도 유족이 진술할 기회를 보장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창원=정치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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