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출산에 辯試 기회 1년 더 줘야"… 여성가족부 권고에 갑론을박

    입력 : 2018.01.12 16:28

    여가부 “임신·출산은 개인 문제 아닌 국가와 사회의 책임”
    “출산은 선택, 악용될수도” vs. “만삭에도 시험치러 다녀야”



    변호사 시험법에는 변호사 시험의 응시기간과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5년 이내에 5번만 시험을 볼 수 있다. 5번 모두 떨어지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예외로 인정해주는 기간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뿐이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시험 응시 기간 및 횟수 제한 규정이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여성가족부가 변호사 시험 응시기회 제한의 예외 사유로 임신과 출산 등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법무부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이와 관련된 변호사 시험법 7조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사진>을 예시로 들었다.

    여가부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헌법적 권리로서 여성의 직업 선택의 자유, 평등을 보장하고 여성의 복지와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변호사 시험 응시기회 제한과 관련된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로스쿨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는 “군대는 일정 나이가 되면 의무적으로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외 조항을 둔 것이지만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예외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임신을 예외로 인정하면 예측가능성이 훨씬 떨어지는 교통사고나 질병도 다 예외로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재학중인 이모(여·28)씨는 “임신은 선택의 영역인데,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병역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아기 낳을 때 변시 기회 미뤄준다고 여성의 권익과 복지가 나아질 지 의문”이라고 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최모(여·31)씨는 “임신이나 출산이 국가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여가부의 취지에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악용의 여지도 있을 수도 있으니 한 아이를 낳을 경우에 한해서 1년만 더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제한적인 완화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여가부에 따르면,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 제한에 대해 로스쿨에 재학중인 기혼 여성들은 “임신은 선택이라는 말이 폭력적으로 들린다”, “시험을 보고 빨리 붙고 싶으면 임신을 미루라는 말 밖에 안 된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제한 제도가 임신과 출산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로스쿨 재학생 정모(34)씨는 “현행 변호사 시험법은 여자가 독해야 합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놨다”며 “배가 불러서도 변호사 시험을 보게 만드는 제도는 문제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응시 기회의 제한에 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로스쿨 1기생 박모씨 등 5명이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볼 때 응시 기회에 제한을 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청구인 가운데 1명이 “임신과 출산을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 제한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아 시험 기회를 1번 상실했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각하했다. 법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면 그 사실을 안 시점으로부터 9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 청구인이 너무 늦게 청구하는 바람에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각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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