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양면전술...대화하며 핵실험 준비

입력 2018.01.12 16:16

북한이 앞으로 실시할 핵실험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의 서쪽 갱도 입구에서 터널 굴착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의 핵실험 전문가 프랭크 파비안이 11일(현지시각) 밝혔다. /38노스 제공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에서 굴착 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하는 등 한반도 내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의 프랭크 파비안 등 핵실험 전문가들은 11일(현지시각)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 기고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작년 12월 내내 서쪽 갱도 입구 주변에서 광차와 인력들이 목격됐고, 파낸 흙을 쌓아둔 흙더미가 현저하게 늘어났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향후 핵실험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12월 28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 갱도 입구에 약 9대의 광차(탄광에서 광석, 폐석 등을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차)가 있고, 흙더미 위에는 새로운 길이 난 것이 보인다”면서 “핵실험장 남쪽 지원 단지 안에는 100~120명가량의 사람이 7개로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풍계리의 동향에 대해 인정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는 최근에 굴착공사를 재개해서 차량도 오가는 것으로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상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리선권(왼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군 통신선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북한은 핵과 남북 대화는 별개라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다뤘다’는 보도와 관련,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리 위원장은 이어 “핵 문제 나와서 말인데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수소탄·대륙간 탄도 로켓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 무기는 철두철미하게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게 아니다”며 “북남 사이 관계 아닌 이 문제를 왜 북남 사이에 박아 넣고 또 여론을 흘리게 하고 불미스러운 처사를 빚어내는가”라고 주장했다. ‘핵 문제는 남측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는 북한의 생각을 재확인시켜준 발언이다.

북한은 여기서 더 나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한다”며 “미국의 핵 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이 주장하는 ‘핵전쟁 연습’은 키리졸브(KR)·독수리(FE)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말한다.

한·미 정상은 지난 4일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향후 개최될 남북 군사 회담에서 한·미 연합 훈련 연기나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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