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입 자소서에 'ㅋㅋㅋㅋㅋ' 추적해보니…경쟁률 뻥튀긴 고교생 결국 모두 탈락

입력 2018.01.12 15:20

2018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A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고른기회전형(기회균등전형) 경쟁률 조작이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대학 측이 실제 지원서류를 확인해보니, 자기소개서에 “ㅋㅋㅋㅋㅋ”라고 쓴 지원자가 나왔다. 이 대학 국가보훈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 6명 가운데 5명이 필수 제출 서류인 ‘국가보훈대상자 증명서’조차 내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A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가짜로 경쟁률을 높여 경쟁자들이 다른 대학에 지원하도록 유도한 수법”이라고 말했다.
주변인을 동원해서 20명밖에 뽑지 않는 A대학 고른기회전형의 경쟁률을 뻥튀겼다는 것이다

허수아비 5인방 동원 성균관대 등 6개大 고른기회전형 경쟁률 부풀려
2018학년도 성균관대, 홍익대, 건국대, 국민대 등 서울 지역 6개 대학 수시모집 고른기회전형 국가보훈대상자 자격에서 주변인들을 동원, 경쟁률을 고의로 부풀린 고교생이 적발됐다.

대학들의 자체조사 결과, 경쟁률을 조작한 학생은 형의 친구 5명을 ‘허수아비 지원자’로 동원해 고른기회전형 경쟁률을 부풀렸다. 이들 ‘허수아비 5인방’은 대부분 같은 고교를 졸업한 ‘동창’이어서 꼬리를 밟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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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된 지원자는 국가보훈대상자 자격으로 6개 대학 고른기회전형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학생이 지원한 학교는 정상적인 수준보다 2배 가량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건국대 고른기회전형Ⅰ(국가보훈대상자 대상) 전기전자공학부는 2명을 선발하는데 모두 18명이 지원해서 9:1의 경쟁률을 보였다. 허수아비 지원자 5명이 없었다면 실제 경쟁률은 6.5:1 수준에 머물렀을 거라는 것이 대학 측 설명이다.

홍익대의 경우 1명 뽑는 국가보훈대상자 전형 전자·전기 공학부에 총 10명이 지원했다. 여기서도 허수아비 지원자 5명이 경쟁률을 크게 올려, 실제 지원자의 합격 가능성을 높였다. 입시계에서는 이 수법을 ‘펌핑(부풀리기)’라 부른다.

건국대 입학처 관계자는 “경쟁률 제공 서비스를 악용해 지원 1~2일 차에 경쟁률을 부풀려 다른 학생들에게 혼선을 줬다”며 “특히 지원자 배려 차원에서 전형비를 받지 않는 것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질러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도 “이는 정당한 입시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원자는 부모님과 함께 각 대학을 찾아가 “대학 결정에 따르겠다”는 서약서를 썼고, 결국 각 대학 수시 모집에서 자동 탈락했다. 서울 지역 한 대학교 입학처 관계자는 “이 학생은 당연히 불합격 처리됐지만, 대학 차원에서 별도로 징계할 방법이 없다”면서 “내년에 이 학생의 재지원한다고 해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이은 고른기회전형 부정…자격 조건 악용

고른기회전형 모집인원은 2016학년도 3만9316명, 2017학년도 3만9083명, 2018학년도 4만306명, 2019학년도 4만3371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른기회전형을 확대하면,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른기회전형은 자격요건 문턱만 넘는다면 대입이 사실상 ‘통과’되기 때문에, 부정입학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일정한 자격이 갖춰져야 지원할 수 있고, 선발 인원도 적은 고른기회전형은 일반 지원자가 관심을 잘 두지 않기 때문에 허점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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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2013·2014학년도 대입 장애인·특수교육자 특별전형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수험생 4명이 고려대와 서울시립대에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브로커가 거액을 받고, 다른 사람이 장애인 증명서에 이름·주민등록번호 등을 오려 붙여 인쇄하는 식이었다. 고려대는 부정 입학생의 입학을 취소했으며 서울시립대도 이달 말 쯤 행정절차를 마치는 대로 취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시행하는 고른기회전형이 계속해서 뚫리자 교육부는최근 5년간(2013학년도~2017학년도) 장애인특별전형 입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류 위조가 확인될 경우 이미 재학중일지라도 입학취소, 관련자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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