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으로 밤샌 가상화폐 올인족…."비트코인이 아니라 '빚더꼬인'"

    입력 : 2018.01.12 14:28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황모(36)씨는 지난해 12월 집 근처에 있는 은행에서 2억여원을 주택담보대출로 받았다.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빚을 내기로 한 것. 황씨의 대출을 맡은 은행 직원도 솔깃한 말을 전했다. "오늘만 7명이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저도 적금을 깨 투자하고 있어요."

    전 재산 2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후부터 황씨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목표로 한다”고 발언한 지난 11일에는 일도 제쳐두고 하루 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봤다. 4억여원으로 올랐던 황씨의 평가액이 1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황씨는 "나를 비롯해 사무실 직원들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지금은 대출 원금만 회복해도 좋겠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황씨 같은 ‘가상화폐 올인족’은 요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가시화되자 빚더미에 앉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상화폐 투자를 두고 '빚더꼬인(비트코인 투자가 빚을 더 늘린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가상화폐 거래소./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버블이 꺼진다면, 가상화폐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대학생·사회초년생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확천금의 기대감에 무리한 대출을 받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청년, 학생들이 빠른 시간에 돈을 벌고자 가상통화에 뛰어든다거나 가상화폐가 마약 거래 같은 범죄나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우려할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소액투자로 시작해 일정량의 수익을 맛 본 2030세대가 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들은 가상화폐 거품이 빠지면 대출을 상환할 수 없어 잠재적인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이 간편한 인터넷은행의 등장이 젊은 세대의 대출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대출과 달리 인터넷은행 대출은 스마트폰으로 앉은 자리에서 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신상정보를 입력하면 가능한 대출 금액이 뜬다. 여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용자가 대출 의사를 확정하기만 하면 곧바로 계좌에 입금이 되는 식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가격이 붕괴한다면 그 부정적인 영향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도 미칠 수 있다"며 "이미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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