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안이 튀어나오자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당황한 청와대는 “부처 간 논의가 좀 더 필요한 사안”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을 계기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마추어 정권의 그릇된 판단으로 선량한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몰고 시장 혼란만 키웠다”는 것이다. 야권은 가상화폐 정책 실패를 부동산 정책 실패, 최저임금 정책 실패 등과 엮어 대여 공세를 시작했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 靑, 가상화폐 규제 논란 진화 안간힘

12일 청와대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이 청와대와 조율되지 않은 언급이었다고 거듭 밝혔다. 전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출입기자들에게 밝힌 데 이어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다시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의 전날 암호화폐 관련 발언은 청와대와 사전조율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위원장과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의견을 냈다고 그게 정부 입장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 입장이 되려면 최소한 차관회의와 장관대책회의, 국무회의 중에선 의결사항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기나 불법 도박화되는 범죄는 당연히 단속할 일이지만 거래소 폐쇄 검토는 범정부적 논의를 거쳐 공식발표돼야 하는 것”이라며 특히 특별법이라면 국회의 법률개정을 거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혁신성장지원단 점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법무부 장관이 말한 거래소 폐쇄 문제는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는 법무부의 안으로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 한국당 “멀쩡하던 시장 도박장으로 만들어”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정책 혼선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자체적으로 가상화폐 대책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최저임금에 이어서 가상화폐까지 좌충우돌하면서, 손대는 것마다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와 진정한 마이너스의 손이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멀쩡하던 가상화폐시장을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었다”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사람 중심 경제’라는 어설픈 패러다임이 ‘사람 잡는 경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학 없는 아마추어 정권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라며 “이번 문재인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은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또 하나의 ‘쇄국정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서조차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놓고 불거진 불협화음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거래소 폐쇄까지 들고나온 것은 너무 많이 나갔다”며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것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을 물리적으로 막을 순 없다”고 했다.

◆ 가상화폐 규제 반대 민원 봇물

가상화폐 대한 정부의 제재 방침에 투자자들의 저항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 화폐 관련 청원은 3300건이 넘었다. 10만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규제 반대’라는 청원에 참여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반발이 심한데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인가”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라” 는 등의 과격한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청원에 동의한 사람들은 “지나친 국가 개입에 서민들만 죽어나고 있다”거나 “이런 짓 할 시간 있으면 강남 부동산값이나 좀 잡아달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