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 원인 결국 '병원 감염' … 업무상 과실치사 유력(종합)

    입력 : 2018.01.12 13:34 | 수정 : 2018.01.12 13:51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연쇄 사망한 신생아 4명의 사망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이하 시트로박터 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 4명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부검 및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조사 결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병원 내 주사제 오염이나 취급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해 신생아 세균 감염을 일으켰다는 얘기다.

    수사당국은 이에 따라 이대목동병원과 의료진의 감염 관리 및 지도 감독 의무 위반 여부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찰은 주사제(지질영양제) 취급 과정에서 감염관리 의무 위반 등의 혐의가 있는 간호사 2명과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 위반 혐의가 있는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3명 등 총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2017년 12월 18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앞을 경찰이 지키고 있는 모습. / 허지윤 기자
    ◆ ‘시트로박터균’ 감염 발생 경로 주목

    사망 신생아 4명의 사인이 시트로박터균 감염으로 드러나면서, 오염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가 주목된다. 시트로박터 균은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드물게 면역저하자에게 병원 감염의 원인균으로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한다. 이 균에 감염되면 체내에 장염,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국과수는 환아 4명의 사망 후 채취 혈액에서 시트로박터균을 검출했으며, 이 균은 사망 전 3명의 환아에게서 채취한 혈액에서 확인된 세균 및 사망 환아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주사제에서 검출된 세균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사제 오염 및 취급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완전지질영양(TPN) 주사제는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신생아에게 각종 영양 성분을 제공하는 수액 형태의 주사다. 숨진 아기들은 모두 중심정맥관을 통해 TPN 주사제를 투여받았다.

    국과수 관계자는 “지질영양주사제뿐 아니라 다른 수액세트에서도 동일 세균이 확인됐으나 사후 오염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감염 분야 전문가는 “주사제 오염에 의한 사망이라도 고려해야 할 변수는 많다"며 “조제 및 투여 방법, 시기, 투여자 등 약물이 전달된 과정을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배치도 / 조선일보 DB
    국과수 조사 결과, 앞서 의심이 제기됐던 ▲조제 오류 ▲약물 투약 오류 ▲주사 튜브 내 이물질 주입 가능성 ▲로타바이러스 및 괴사성 장염 ▲인공호흡기 오작동 가능성은 낮거나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과수는 나트륨염, 칼륨염, 칼슘염 등 주사제에 첨가한 전해질 상의 농도 이상, 즉 ‘조제 오류’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국과수 관계자는 “수액 내 전해질 보급제 사용 가능 농도가 제조 내역과 차이가 없으며, 완전지질영양주사제(TPN),지질, 전해질의 투여 속도 이상을 사인으로 고려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임상 의학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물 투약 오류 가능성’, ‘주사 튜브 내 이물질 주입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가 주사제 성분 검사, 생체 시료 약독물 분석 및 조직현미경 검사를 한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타 바이러스 감염 및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망 환아에게서 로타바이러스는 소대장 내용물에 국한돼 검출됐으며, 당시 같은 신생아중환자실에 있었던 신생아 중 감염된 생존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염 소견도 신생아 2명의 부검 조직에 국소적으로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호흡기 작동 이상 가능성’에 대해서 국과수는 “인공호흡기는 1명에게만 거치됐고, 산소 공급 부족은 4명의 사망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처럼 세균 감염으로 인해 유사한 시기에 사망에 이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심박동의 급격한 변화, 복부팽만 등의 증세가 사망 신생아 4명에서 나타나 유사 시기에 감염돼 유사한 경과를 보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사망 환아 1명 세균 감염 사실 뒤늦게 드러나

    사망 환아 4명 중 1명에 대한 세균 감염 사실은 그동안 보건당국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대목이다. 지난 달 질본은 사망 신생아에게 투여된 완전지질영양(TPN) 주사제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으며, 사망 환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시트로박터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홍정익 질본 위기 대응총괄과장은 “사망 신생아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사망 전 혈액검사를 통해 검체를 확인할 수 있었고, 나머지 환아 1명의 경우 피 검사를 하지 않아 검체가 없어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식 사인이 발표된 만큼, 보건당국은 추가적인 역학 조사로 대응할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본은 “향후 추가적인 역학적 원인 규명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경찰과 긴밀하게 공조할 예정이며, 현재로선 경찰청의 자료에 나온 역학조사 내용 이외에 별도 밝힐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시 유관기관과 협의를 거쳐 신속, 정확,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 주사제 오염 병원·의료진 어떤 처벌 받나?

    의료기관의 주사제 오염의 경우 의료법 제36조 제75에 따라 1차 시정명령 위반 시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의료법상 진료시 과실에 대해서는 처벌 및 처분 조항이 별도 없으며, 형법 상 업무상 과실 치사죄가 적용된다.

    12일 보건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나올 경찰 수사 결과를 공식 통보 받은 이후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과 의료관련 감염관리 강화대책을 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 병원 “겸허히 받아들인다” 복지부 “상급종합병원 지위 추후 결정”

    이번 사건으로 이대목동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달 보건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보류하고,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 최종 결정 시기까지 ‘종합병원’으로 지위를 강등한 상태다.

    12일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경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지정 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며 “오늘 발표된 내용으로 지정 또는 재지정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17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병원 2층 대회의실에서 신생아중환자실 사망 사건에 대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 허지윤 기자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1기(2012∼2014년)부터 상급종합병원 타이틀을 얻었다. 병원은 2기(2015~2017년)까지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유지하며 성장해왔으나 지난 달 16일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 발생 이후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이날 경찰 발표에 대해 이대목동병원 측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입장을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먼저 유가족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국과수 부검 및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유가족에게 거듭 용서를 구하고, 후속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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