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출입문 얼고, 직장인은 사우나 쪽잠…전국 덮친 한파

  • 기동팀 종합
    입력 2018.01.12 10:25 | 수정 2018.01.12 14:19

    수은주가 영하 12도까지 곤두박질쳤던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40대 여성이 갇혔다. 한파(寒波)때문이었다. 눈 묻은 신발로 사람들이 왕래(往來)하면서 물기가 엘리베이터 출입문 주변으로 흘렀고, 이것이 강추위에 얼어붙어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에 작동을 멈춰버린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A씨(46)는 공포에 떨다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소방관계자는 “이렇게 추운 날에는 엘리베이터 문짝 아래가 얼어붙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2일 새벽 5시 11분에는 서울 신림동 119안전센터에는 “집 대문이 얼어붙었는데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소방대원은 철문의 언 부분을 녹인 다음, 또 다시 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염화칼슘을 뿌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7시 서울의 기온은 영하 15.1도였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강남역 9번출구에서 나와 길을 걷고 있다. /고성민 기자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경찰에 따르면 12일 오전 6시 18분,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의 한 마을 앞 도로에서 A씨(92)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마을 주민이 신고를 했는데, 당시 A씨의 시신은 한파에 이미 얼어붙어 있었고, 하의 안에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집을 나섰다가 동사한 것으로 보고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 마량면에서도 치매를 앓고 있던 79세 여성 박모씨가 저수지 근처 농경지 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와 함께 살던 아들 부부는 박씨가 지난 10일 낮에 집을 나간 뒤 늦은 오후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고, 하루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남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발견 당시 시신은 이미 차갑게 굳었고, 눈에 2㎝가량 덮여 있었다. 경찰은 박씨가 악천후 속에서 길을 헤매다 저체온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갑작스런 폭설 교통이 마비됐다. 눈이 드문 제주에서는 많은 도민이 스노우 체인을 상비(常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이현순(40)씨는 “어제 퇴근길부터 교통정체가 시작됐는데 다음 날 출근을 염려한 사람들은 회사 근처 사우나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주 국제공항은 폭설로 인해 활주로가 세 차례나 폐쇄되면서 수천명의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사상 최강 한파에 전국이 얼어붙었다. 12일 아침 서울 영하 15도를 비롯해 대관령 영하 22도, 세종 영하 16도, 인천 영하 13도, 대구 영하 11도, 부산 영하 9도 등을 기록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낮에도 서울 영하 5도, 인천 영하 6도, 대구 영하 2도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의 기온을 보이겠다. 12일 밤부터 13일 오전 사이에는 중부 지방과 전북, 경북에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중부수도사업소 효자가압장에서 관계자가 수도로 동파돼 수거한 계량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서울·경기에서만 간밤 70건 동파(凍破)신고

    수도 계량기도 간밤 추위에 떨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5시부터 12일 오전 5시까지 수도 계량기 동파 신고가 29건 접수됐다. 경기도에서는 어제 하루 동안 41건의 수도 계량기 동파 신고를 접수했다.

    12일 오전 영하 18도를 기록했던 강원도 영월군 무릉리에서는 마을 관정(管井) 수도펌프가 얼어버린 탓에 관할 소방서가 부랴부랴 6t의 물을 지원했다. 정선군 여량면 고양리에서도 관정이 얼어붙어 3가구가 소방서로부터 총 3t의 물을 받았다.

    서울 한강도 얼어 붙었다. 이날 아침 여의도, 반포, 뚝섬 지역에서는 구급 보트 출동로 확보를 위한 쇄빙 작업이 있었다. 유속이 느린곳이나 강 가장자리에서는 결빙이 관측됐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에서 배수관이 얼어 터지기도 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영업을 못했다. 12일 오전 출근하니 가게의 온도가 영하 9도로 떨어져, 난방을 최대한 틀었지만 영상 8도에서 과열로 난방기가 멈춰버린 것. 김씨는 “가게가 이렇게 추운데 손님들이 마사지를 받으러 오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눈 덮힌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 일대. /조선DB
    ◆러시아 극동지방 찬바람 영향...평창 올림픽 경기장 영하 18도

    이날 전국을 덮친 한파는 러시아 극동지방의 차가운 바람이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한파가 몰아친 것은, 중위도의 공기가 예년보다 정체됐기 때문”이라면서 “ 중위도를 지나는 제트기류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날씨의 흐름이 늦어져 추운 곳은 계속 추운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지역에도 최강 한파가 몰아쳤다. 12일 오전 정선알파인경기장은 영하 17.9도를 기록했다. 용평 알파인 경기장은 영하 17.6도, 알펜시아 올림픽파크는 영하 16.1도다. 강원올림픽파크는 영하 8.5도로 모두 영하권에 머물렀다.

    이날 오전 7시 현재 기온은 서울 영하15.1도, 인천 영하14.2도, 수원 영하14도, 춘천 영하18도, 강릉 영하11.3도, 철원 영하21.6도, 청주 영하13.8도, 대전 영하13.2도, 전주 영하12.2도, 광주 영하9.8도, 제주 0.1도, 대구 영하10.2도, 부산 영하8.8도, 울산 영하9.3도, 창원 영하9.8도 등이다. 같은 시간 체감온도는 서울 영하 15.1도, 인천 영하19.9도, 수원 영하14도, 춘천 영하18도, 강릉 영하18.9도, 철원 영하21.6도, 청주 영하13.8도, 대전 영하13.2도, 전주 영하16.3도, 광주 영하13도, 제주 영하5.3도, 대구 영하13.4도, 부산 영하13.9도, 울산 영하16.6도, 창원 영하15.9도로 더 쌀쌀하다. 낮 최고 기온은 영하 8도∼영상 1도로 전날과 비슷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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