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 상공에 붕 떠버린 '위안부 치유금 10억엔'

조선일보
  • 임민혁 기자
    입력 2018.01.12 03:22

    우리가 日정부 출연 요구해 받은 것… 4억엔 사용, 6억엔 남아
    한국 정부 "할머니들에게 지급한 돈, 우리 예산으로 충당할 것"
    일본 "왜 말 바꾸나" 반발… 10억엔 처리 문제, 장기 표류할 듯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피해자 치유금으로 내놓은 10억엔(약 100억원)이 한·일 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8~9일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파기·재협상은 하지 않고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과 별도로 우리 돈으로 같은 금액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받은 돈은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는 걸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일본은 기존 위안부 합의에 거스른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일이 10억엔을 놓고 대립하면서 "서울도 도쿄도 아닌 현해탄 상공에 10억엔이 붕 떠버렸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 일본 출연금 우리 예산으로 바꾸기

    위안부합의 '10억엔' 한·일 입장 차이
    정부는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으로 2016년 7월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해 피해자 치유 사업을 진행해 왔다. 당시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 47명 중 36명이 재단을 통해 치유금을 받거나 받을 의사를 밝혔다. 4억엔이 쓰였고 현재 약 6억엔이 남아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할머니들에 대한 치유 조치는 정부 돈으로 하겠다. 기왕에 이뤄진 출연도 다 정부 돈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출연한 돈으로 치유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들이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화해치유재단의 기금 10억엔은 우리 정부가 낸 돈으로 간주하고, 앞으로 별도의 10억엔을 조성해 이를 일본 출연금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10억엔 맞바꾸기'는 논리적 해법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치적 선언' 성격이 크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국민감정과 한·일 관계 사이에 끼여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봉합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외교부 적폐청산TF를 통해 "위안부 합의는 문제투성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내놓은 10억엔을 계속 쓸 수도 없고 돌려주기도 힘든 처지다. 일본이 반환받지도 않겠지만 돌려준다는 얘기 자체가 '합의 파기'로 비칠 수 있다.

    ◇10억엔, 한·일 사이서 장기 표류할 듯

    한·일이 각각 10억엔을 내놓음에 따라 위안부 기금은 두배 늘어 20억엔이 된 셈이 됐다. 정부는 우리가 별도로 조성한 10억엔 처리 문제를 일본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0억엔이 한·일 사이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적잖다. 일본이 이 돈을 다시 받아가거나 우리 측 협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10억엔은 위안부 합의의 핵심 사항 중 하나였다. 일각에선 "10억엔에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애초에 문제는 액수가 아니었다. 일본이 '정부 예산'으로 출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이 민간 기금이 아닌 정부 예산에서 출연하고, 총리가 사과했다는 것은 곧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해 왔다. 일본 또한 10억엔 지급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한국이 말을 바꾸며 합의를 깨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10억엔을 새로 조성한 뒤 '휴면 기금'으로 놔둔 채 장기적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전직 외교관 58명, 문정인·강경화 해임 요구

    한편, 전직 외교관 58명은 이날 "우리 안보의 버팀목이 돼온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체제를 무력화시켰다"며 문정인 대통령 특보와 강경화 외교 장관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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