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거쳐 美北? 한걸음 뗀 트럼프

입력 2018.01.12 03:02 | 수정 2018.01.12 03:03

[文대통령과 통화 후 "전쟁 예상안해, 남북대화가 미국의 성공으로 이어지길"… 北과 대화 가능성 열어놔]

비핵화 못박는 美, 핵 고수하는 北
'현재 수준으로 핵 동결' 협상으로 비핵화 대화의 실마리 생길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올바른 상황'이 되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제재와 압박 기조에서 대화로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미국과 보조를 맞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을 원하는 미국과 '핵보유국 인정'을 바라는 북한의 간극이 어떻게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 미·북 회담에 '열린' 자세

미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와 올바른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간 회담을 여는 데 열린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또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작전을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전쟁이 다가온다'는 미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해 "그런 걸 예상하지 않는다"며 "북한과 미국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가고 있다. 좋은 기운이 많아 매우 좋다"고 했다. /신화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평가하는 등 미국 입장을 고려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이 우리가 한 일(대북 압박)에 대해 매우 감사했다"며 "그들은 북한과 대화하고 있고, 우리는 향후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남북대화)이 어디로 갈지 누가 알겠나. (대화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관련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도 통화했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모든 내용을 브리핑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과 미국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가고 있다" 고 했다.

북·미 간극 어떻게 좁혀질지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도 언제 북·미 대화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는 '올바른 상황(under the right circumstances)'하에서 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말이지만, 미국은 명확한 북한과 대화 전제조건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하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북한이 향후 남북대화의 장을 통해서라도 미국과 대화 의사를 밝힌다면, 미·북이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온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비핵화' 이야기에 정색하며 "그만합시다"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은 여전히 핵보유국 인정을 바라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핵을 포기할 뜻이 없다고 재천명하고,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했다.

그런 한편 김정은은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나라나 위협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핵 보유를 묵인해 준다면, 핵무기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는 정도의 협상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북·미 간의 입장 차이 때문에 어떤 형태의 대화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많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대화파인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도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과거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었지만, 지금은 비핵화란 전제 자체를 거부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대화의 목적이 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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