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 訪美 가능" "美국채 사지 말까"… 미·중 은근한 신경전

조선일보
  • 정우영 기자
    입력 2018.01.12 03:02

    '하나의 중국' 건드리는 미국… 대만 공직자 방문法 하원 통과
    WHO 참관국 지위 부활 돕기로

    '보호무역' 경고 날린 중국
    美국채 최다액 보유… 1275조원… 매입 중단說에 채권 금리 들썩

    미국과 중국이 새해 벽두부터 서로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하원이 친(親)대만 성향의 법안 2건을 통과시킨 데 이어 중국 정부는 미국 국채 매입 중단을 검토하고 나서 뉴욕 채권 시장이 출렁거렸다. 국제사회의 두 강자가 이른바 '저강도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하원에서 9일(현지 시각) 통과된 '대만여행법'은 "미국과 대만의 공직자들이 서로 방문 교류하도록 연방 정부에 요구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 법은 미국 정부 관리들이 대만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또 외교·국방 관계자 등 대만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허용한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워싱턴 방문도 가능하다. 미국과 대만 양국 공직자의 상호 방문은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이후 중단된 상태다.

    미 하원을 통과한 또 다른 법안은 미 국무부가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참관국(옵서버) 지위를 회복하도록 도울 것을 명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대만 카드를 쓰려는 듯 보인다"고 했다. 장위취안 중국 중산대학 교수는 SCMP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법안 서명을 미루거나, 서명을 하더라도 하위급 공직자만 보내는 등 다양한 선택지로 중국과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 문제와 연관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이 전쟁까지 언급할 만큼 민감한 주제다. 작년 11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2018 국방수권법'이 '미국·대만 양국 군함의 교류 방문 검토'를 명기하자, 리커신 주미 중국 공사는 지난달 8일 "미국 군함이 대만에 가는 순간 중국군은 무력 통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미 하원의 법안 통과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사설에서 "미국이 대만 총통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순간 중국의 전면적 외교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이 나온 직후에 공교롭게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 중단 검토' 뉴스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10일 익명의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외환 관리 당국이 미국 재무부 국채 매입을 늦추거나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환 당국 관계자들은 미국 국채를 사들일 때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정치적 요인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미국 국채 시장은 흔들렸다. 10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지표가 되는 미 재무부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는 한때 10개월 내 최고치인 2.597%까지 치솟았다. 통상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중국의 미국 채권 보유액은 2017년 10월 기준 1조1900억달러(약 1275조원)다. 중국은 미국 국채의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면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도 힘들어진다.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는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11일 "(미국 국채 매입 중단을 검토한다는) 블룸버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중국 당국이 '미 국채 매입 중단' 뜻을 내비친 것은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연구소장은 블룸버그에 "중국이 보호무역 조치들을 고려하는 미국에 '우리도 내놓을 카드가 있다'고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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