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로 채울 수 없는 '사랑', 교회가 책임져야죠

    입력 : 2018.01.12 03:02

    보육원 출신 청년 위한 '장학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특별한 나눔
    취업·자립할 때까지 주거 지원… 변호사·의사 등 '멘토단'도 구성

    "아침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 10일 만난 김은미(가명·22)씨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가 '아침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한 곳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새로 지은 8층 건물인 이곳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담임목사)가 마련한 보금자리 '장학관'이다. 수도권 한 보육원에서 자란 은미씨는 이곳에서 같은 처지의 청년 18명과 함께 산다. 그들이 '집'이라 불렀던 보육원은 고교 졸업 후 만 18세가 되면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은미씨는 직업학교에서 회계관리를 배우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액세서리 가게를 창업하는 것이다. 장학관에 돌아오면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인터넷과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한다. 개당 8000~3만원짜리 귀고리를 주로 판매하는데 "하루 15만원어치를 팔면 다른 알바 없이 자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청년장학관(가칭)에서 지내며‘액세서리 가게 사장님’을 꿈꾸는 김은미(가명)씨가 자신이 만든 귀고리를 두 손에 담았다.
    여의도청년장학관(가칭)에서 지내며‘액세서리 가게 사장님’을 꿈꾸는 김은미(가명)씨가 자신이 만든 귀고리를 두 손에 담았다. /고운호 기자
    장학관은 은미씨처럼 자립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활주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와 황영배 신망애육원장, 김남경 서울현대교육재단 이사장, 정재창 한국HRD기업협회장 등이 합심해 마련했다. 보증금 1억원에 5채를 임차해 남학생 8명, 여학생 10명을 수용한다. 장학관에 머무는 청년들은 고용노동부의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지원받는다. 교육기간은 8주~1년 과정. 인천공항공사 자회사들과 연계해 공항 화물하역, 제과·제빵, 면세점 판매 등 20여 개 과목을 수강한 뒤 취업하거나 창업한다.

    청년들은 취업해서 자립할 때까지 장학관에서 지낼 수 있다. 은미씨가 말한 '아침밥'은 매일 아침 교회가 근처 카페와 계약해 제공하는 샌드위치 등을 말한다. 자립 비용을 장만하기 위해 웬만해선 집 밖에서 밥을 사먹지 않는 젊은이들을 위한 배려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장학관을 마련한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이'를 돕기 위해서다. 복지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제도가 해줄 수 없는 '사랑'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이영훈 목사는 "연간 전국 280개 보육원에서 1000명이 만 18세가 넘어 세상으로 나온다. 복지제도가 잘돼 있지만 졸업과 취업 사이 빈틈이 가족 없는 청년들에겐 위기일 수 있다"며 "십일조 하는 마음으로 우선 100명을 돌볼 각오"라고 했다.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한 건 교회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뜻이다. "보육, 교육, 상담 등 전문가들과 함께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도 확신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넉 달간의 시범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만간 2억원을 출연해 사단법인 여의도청년장학관(가칭)을 정식 출범시킨다. 변호사, 의사, 물리치료사, 상담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멘토단'도 꾸린다. 이영훈 목사는 "취업은 물론 결혼, 출산까지 이 청년들이 가정을 일궈 자리 잡기까지 도와드리려 한다"며 "앞으로는 미혼모가 자녀와 함께 자립하는 방법도 마련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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