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미투' 對 카트린 드뇌브

조선일보
  • 김기철 논설위원
    입력 2018.01.12 03:16

    며칠 전 미국 LA에서 열린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장은 검은빛으로 가득했다. TV 여우주연상을 받은 니콜 키드먼도, 공로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도 모두 검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참석자들이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성추행 사건에 항의하는 뜻으로 검은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여성은 강하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을 밝히자"고 했다.

    ▶작년 10월 뉴욕타임스의 와인스틴 사건 폭로로 시작된 '미투 캠페인'(Me too·'나도 당했다'는 뜻)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한 여기자가 "기업 임원이 부적절하게 유혹해 왔다"고 폭로하면서 '돼지(방탕한 남성)를 고발하라' 운동이 시작됐다. 와인스틴은 부인에게 이혼당하고, 식사 도중 옆자리 손님에게 뺨 맞을 만큼 혐오 인물로 찍혔다. 

    [만물상] '미투' 對 카트린 드뇌브
    ▶"성폭력은 분명 범죄다. 하지만 여성의 환심을 사려거나 유혹하는 건 범죄가 아니다. 남자들은 여성을 유혹할 자유가 있다." 프랑스 유명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74)가 여성 100명과 함께 그제 일간지 '르몽드'에 문화계 '성적(性的) 자유에 필수적인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는 공개서한을 실었다. 드뇌브는 "남자들이 권력을 남용해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에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이 성폭력과 남녀 간에 있을 수 있는 접근을 구별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악마 같은 남성들 지배 아래 여성들을 영원한 희생자로 두고 선(善)의 이름으로 여성에 대한 보호와 여성 해방을 얘기하는 것은 청교도적 발상"이라는 말도 했다.

    ▶공개서한을 두고, 여권 신장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정작 프랑스에선 파문이 크지 않다고 한다. 68혁명으로 성취한 성적 자유와 해방을 지키려는 세대와 성희롱 반대 투쟁을 여권운동의 마지막 단계로 생각하는 신세대 간의 논쟁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란다.

    ▶"남자는 유혹할 자유가 있다"는 드뇌브의 '선언'이 면죄부라도 되는 양 헛물 켜는 남자들도 있겠다. 하지만 드뇌브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경계했을 뿐이지 남성이 권력을 이용해 성적 폭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단호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선언을 미투 운동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는 '진화'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가 한쪽으로 쏠리는 사회 분위기에서 '전체주의'를 떠올리는 걸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역시 프랑스다운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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