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롱패딩은 그만... 담요 휘감은 우아한 핏(fit), 멋쟁이들 사로잡은 테디베어 코트

  • 김의향 패션칼럼니스트

    입력 : 2018.01.12 06:00

    롱패딩 대신해 돌풍 일으키는 테디베어 코트
    담요 휘감은 듯한 인조 모피의 풍성한 핏
    80년대, 곰인형 원단으로 만든 막스마라 테디베어 코트가 원조
    카린 로이펠트 등 유명인들 파파라치 컷 퍼지며 ‘힙 코트'로 유행

    카린 로이펠드가 막스마라의 테디베어 코트를 멋스럽게 연출했다./출처=카린 로이펠드 인스타그램
    파리 보그 전 편집장이자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 카린 로이펠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전 세계 패션 추종자들을 뒤흔들었다. 사진 속에서 그녀는 거대한 막스마라의 낙타색 코트를 이불처럼 두르고 깃을 한껏 올려 얼굴을 파묻고 있다. 비슷한 시기, 1억6백만 명의 팔로워를 이끄는 킴 카다시안이 같은 막스마라의 코트를 입고 자신의 딸 노스(North)와 함께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뿐인가. 영화 ‘트랜스포머’의 헤로인 로지 헌팅턴 휘틀리를 비롯한 수많은 유명인들이 막스마라의 코트를 입고 패션 파파라치들의 렌즈에 포착됐다. 마치 거대한 담요를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는 이 인조 모피 코트의 애칭은 ‘테디베어 코트’. 이번 겨울 패션 스트리트의 슈퍼스타다.

    ◆ ‘내 친구 바야바’와 ‘막스마라’ 코트, 80년대 추억 소환

    처음 카린 로이펠드가 입고 있는 막스마라 테디베어 코트를 보았을 때, 한눈에 매료됐다. 테디베어 코트 자체에 반했다기보다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 보여주는 종합적인 스타일 퍼포먼스에 빠져든 것이다. 코트 깃을 올려 파리의 찬 겨울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창백한 얼굴을 감싸 안은 카린의 포즈는 완벽했다. 코트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우아할 수 있다니! 이 이상으로 막스마라 테디베어 코트의 매력을 묘사할 수 있는 사진이 있을까?

    동시에 이 사진 한 장은 보는 사람을 80년대로 타임 슬립 시킨다. 테디베어 코트가 페이크 퍼(fake fur)로 불리는 인조 모피의 유행에 새롭게 탄생한 소재처럼 보이지만, 이미 80년대에 유행한 것이다. 80~90년대 초에 막스마라 코트는 많은 여성의 드림 코트였다. 막스마라의 시그니처인 카멜색 코트, 곧 ‘101801 코트’는 샤넬의 트위드 슈트와 버버리의 트렌치와 같은 패션의 레전드다.

    프랑스 태생의 꾸뛰리에(couturier·여성 재봉사) 안느 마리 브레타가 디자인한 ‘101801 코트’는 루즈한 오버사이즈 실루엣, 우아한 드레이핑과 120센티의 긴 기장으로 코트의 꾸뛰르 드레스와도 같았다.

    막스마라의 테디베어 코트를 입은 킴 카다시안(왼쪽)과 포토그래퍼 나탈리 주스/사진=핀터레스트
    이 눈부신 전성기에 막스마라는 테디베어 코트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당시 막스마라는 독일 완구 공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고급 테디베어 소재를 사용해 코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파워 숄더(패드를 넣어 과장되게 연출한 어깨)와 극단적인 오버사이즈가 유행했던 80년대 실루엣의 테디베어 코트는 슈퍼모델의 몸매가 아니고서야 감히 도전조차 어려웠다.

    바닥에 질질 끌릴 듯한 길이, 부피감과 컬러 때문에 <내 친구 바야바>(77년 미국에서 제작되어 국내에서 83년부터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은 TV 시리즈. 야생에서 자란 소년과 빅풋의 우정 이야기다)에 나오는 털북숭이 ‘바야바’를 빗대 ‘바야바 코트’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당시 테디베어 코트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 무채색 벤치 코트 물결 속에 눈에 띄는 우아함

    그러나 올겨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에 의해 새롭게 재현된 테디베어 코트는 더욱 가볍고 따뜻하게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기술의 인조모피로 만들어졌다. 또 길게 떨어지는 루즈한 실루엣도 이 시대 버전으로 세련되게 변화했다.

    무엇보다 벤치코트(bench coat: 운동선수들이 벤치에서 대기할 때 입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롱패딩)로 뒤덮인 한국의 겨울 거리에서 테디 베어 코트는 한없이 우아한 풍경이었다. 거대한 스타디움이 되어버린 듯 개성과 스타일이 사라진 거리에서, 밍크나 세이블(담비) 코트가 주는 사치스러움 없이도 세련된 옷차림을 연출해주기 때문이다.

    올겨울 다양한 스타일의 테디베어 코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핀터레스트
    그런데도 테디베어 코트는 80년대 초처럼 ‘바야바 코트’라는 오명을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홀린듯 막스마라 테디베어 코트의 가장 작은 사이즈를 걸쳐 보았지만, ‘키가 5센티만 더 컸다면...’ 깊은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매력적인 트렌드를 바라만 보고 있기는 아쉽다. 막스마라가 아니더라도 한국 여성들의 키와 체형에도 어울리는 테디베어 코트들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으니 부지런하게 서칭해보자. 특히, 알렉사 청이 입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무릎 위 기장의 코트, 국내 셀럽들이 즐겨 입는 캐주얼한 쇼트 재킷, 국내 브랜드들이 한국 여성의 체형과 키를 고려해 슬림하게 디자인한 테디베어 코트들에 도전할 만 하다. 동시에 컬러도 카멜 브라운을 벗어나, 블랙, 그린, 블루, 크림 컬러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스타일은 영감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카린 로이펠드의 테디베어 코트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테디베어 코트를 입을 수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패셔니스타에게 얻은 영감을 나만의 핏과 애티튜드로 새롭게 재탄생시킬 때, 진짜 스타일이 창조될 것이다.


    부해보이는 것이 싫다면 알렉사 청(왼쪽)처럼 무릎 위 기장의 슬림한 테디베어 코트를 입어볼 것./사진=핀터레스트
    [리얼 스타일 팁] 바야바 코트와 테디베어 코트의 차이는 ‘핏’

    1. 막스마라 스타일을 입고 싶다면, 코트 카라는 넓더라도 길이는 무릎 기장 정도에 폭이 좁은 싱글 버튼 스타일을 선택한다. 더블 버튼의 롱 코트는 바야바 코트가 될 위험이 높다.

    2. 알렉사 청 스타일의 테디베어 코트는 한국 여성들에게도 어렵지 않다. 살짝 에이 라인이라 힐이나 슬림한 롱 부츠와 스타일링하면 여성스럽고, 깃을 세워 스키니 팬츠와 함께 입으면 시크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 글을 쓴 김의향은 패션지 ‘보그 코리아’에서 뷰티&리빙, 패션 에디터를 걸쳐 패션 디렉터로 활동했다. 하이패션만을 고수하기보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장르와 상호 융합적이고 동시에 실용적인 스타일 아젠다를 만들어냈다. 현재는 컨셉&컨텐츠 크리에이팅 컴퍼니 ‘케이노트(K_note)’를 통해 크리에이터이자 스토리텔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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