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인상' 로드맵 밟기 시작한 여당

입력 2018.01.11 16:34

여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종부세 인상 방안 토론회 개최
"종부세 개편으로 법 개정 없이 증세"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을 공식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구체적인 로드맵 검토에 돌입하며 공론화 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정부여당에서는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 때문에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증세에 신중을 기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세금폭탄' 프레임에 휘말려 이후 선거에서 참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결국 "보유세 카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부동산 불패 신화 깨려면 8.2 부동산 대책 기조 유지해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박광온 의원실은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보유세 도입과 지대개혁의 구체적인 실천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안임을 증명하듯 토론회장에는 1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광온 의원,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등은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제를 보면 민주당이 부동산 증세안을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정 교수는 발제문에서 부동산 집중과 임대료 부담 가중, 그리고 이로 발생하는 불로소득 증가를 대한민국의 경제적 불평등 및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선 지대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8.2 부동산 대책의 기조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불패 신화가 여전히 강고한 것은 경기 조절의 목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해도 곧 완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기 때문에 '버티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주택정책의 목적을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전체 안정성을 지향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실거래가 보다 낮은 공시지가 현실화"

주택 보유에 대한 현행 세제는 크게 재산세와 종부세가 있다.

재산세는 집을 가진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물건별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재산세를 올릴 경우 다주택자는 물론 주택 보유자 모두 영향을 준다. 극심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종부세는 투기세력에 대한 '핀셋증세'가 가능하다.

종부세는 현재 1가구 1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 과세 대상이지만 2주택 이상은 합산 공시가격 6억원 이상으로 세 부담이 커진다. 2005년 도입 당시 세율이 1~3%였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0.5~2%로 떨어졌다.
종부세 인상은 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시지가에서 실제 과세하는 금액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시행령에는 이를 80%로 정하고 있다.

정 교수가 제안한 방식이 이 공정시장가액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80%인 비율을 100%로 올리자는 주장이다. 공시가격이 10억원일 때 과세표준은 8억원인데 이를 10억원으로 높인다는 뜻이다.

그는 "정책의 우선 순위는 세율 인상 없이 과세표준 현실화를 통해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주택의 공시가격을 실거래가로 조정하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가 실거래가보다 낮은 공시지가의 대표적 예로 제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공시지가 기준 27억1000만원인 삼성동 주택을 67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실제 가치가 67억이 넘는 부동산을 매매했지만, 실제 세금은 그보다 훨씬 낮은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 교수는 "국토교통부는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여 종부세를 올리는 안은 결정된 바 없다"며 보유세 증세안을 속도조절하는 모습이다.

◇ "임대소득세와 양도소득세 강화해야"

정 교수는 이외에도 ▲거래세 완화 ▲ 보유세 소폭 인상 ▲임대소득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실거래가보다 낮은 공시지가 현실화 등을 동시에 검토해 추진해야 정책이 실효성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세제를 설계함에 있어 원칙은 '바람직한 거래는 활성화하고 투기는 억제한다'는 것이 돼야 한다"며 "우리 부동산 세제의 특징은 정반대로 '높은 거래세, 낮은 보유세'인데 지대나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거래세 인하-보유세 강화'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실제로 소득이 발생하는 임대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현재보다 강화해서 제대로 걷음으로써 지대와 매매차익을 어느 정도 국가가 흡수하고, 보유세도 현재보다 소폭 강화하는 선에서 보유 비용을 높임으로써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는 것이 실행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면 심각한 조세 저항을 여기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부담을 양도세와 보유세로 나누어 지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문재인·추미애 모두 힘 실어

보유세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대표가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쓰려고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보유세가 '주머니 속 대책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공약한 바 있다. 대담집에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낮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지대개혁 이슈를 앞장서 주도적으로 제기해 왔다. 추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단일토지세를 주장한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인용하며 지대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국회에서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토론회까지 주최했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보유세 도입과 지대개혁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당내 '공정과세 태스크포스(TF)' 출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발족, 기획재정부의 보유세 도입 드라이브 등과 모두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