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노동법' 따라… 푸조, 흑자 많아도 2200명 감원

    입력 : 2018.01.11 03:31

    고령·고임금자 위주로 퇴직, 젊은 직원 3300명 신규채용키로
    흑자 기업도 구조조정 가능하게 작년 노동개혁후 첫 사례

    중국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 베이징의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 베이징의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연간 3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는 프랑스 최대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이 22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단행한 노동개혁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긴 사례다. 마크롱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기업들이 채용을 늘릴 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정을 단행했다.

    9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푸조시트로앵은 1300명의 직원을 명예퇴직 형태로 내보내기로 결정하고 노조와 협상에 들어갔다. 별도로 9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을 앞당겨 조기에 퇴직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전체 구조조정 규모는 2200명에 달할 예정이다. 대신 PSA는 명예퇴직 대상자 숫자와 같은 1300명의 장기 계약직 일자리를 만들고, 추가로 2000명 규모로 인턴사원이나 시간제 일자리 직원을 뽑기로 했다. 높은 임금을 받는 정규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감원(減員)을 실시하지만 저임금 젊은 직원을 새로 더 뽑아 전체적으로 고용 인원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은 전임 좌파 정부 집권 시절에는 불가능했다. 노동자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프랑스에서 자금난에 시달리지 않는 기업이 감원을 실시하려면 요건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PSA는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생산량(297만대→314만대)과 영업이익(1조5359억원→2조7461억원)이 괄목할 만큼 향상됐기 때문에 예전 정부라면 구조조정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크롱이 지난해 바꾼 노동법 시행령은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도 신규 인력을 충원한다는 조건을 달아 기존 고임금 인력을 감축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줬다. 마크롱의 '쉬운 해고' 정책 덕분에 PSA가 큰 이익을 내면서도 인력 구조를 젊게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마크롱은 노동 유연성 확보뿐 아니라 50인 이하 기업은 노조가 아닌 근로자 대표들과도 근로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 권한을 축소한 것이다.

    프랑스는 자동차 노조의 힘이 커지면서 과거 자동차 대국으로서 면모를 잃었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에 따르면, 프랑스 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4년만 하더라도 365만대에 달했지만 2016년에는 208만대까지 줄었다. PSA나 르노 등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국 내 생산을 줄이고 스페인을 비롯해 인건비가 싼 지역에서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PSA의 구조조정에 대해 강성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은 "PSA가 비정규직을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온건한 성향인 제1의 노동단체 민주노동총동맹(CFDT)은 "PSA의 구조조정은 정리해고가 아니고 명예퇴직"이라며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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