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제천 유족들 "세월호와 뭐가 다르나"

    입력 : 2018.01.11 03:19

    "우리도 세월호 유족들처럼 마지막 연락 수천번 곱씹고 있다"
    "사투 벌인 소방관 처벌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 규명 바랄 뿐"
    국회 차원의 조사단 구성 요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유족들이 10일 국회를 찾아 "사고 원인과 소방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제천 화재 발생과 대처 과정은 세월호 참사 때와 달라진 게 없다"며 국회 차원의 조사단도 구성해 달라고 했다. 이에 야당은 물론 여당도 "소방 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조종묵 소방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 회의를 열어 제천 참사 관련 현안 보고를 받았다. 회의장에는 류건덕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장 등 유족들도 참석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발언 기회를 얻은 류 위원장은 유족 대표로 호소문을 읽었다. 그는 "화염과 눈물에 갇힌 희생자 29명이 창밖 소방관을 바라보며 구조의 손길을 바랐고 살려달라 애원하며 마지막 숨을 거뒀다"며 흐느꼈다. 이어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공식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유족들에게 '일부 문제가 있지만 당시 (소방 당국) 대응은 전체적으로 적절하고 불가피한 대응이었다'고 했는데 그런 결론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낙후한 장비로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의 처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도 했다.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사고 관련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사고 관련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덕훈 기자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때와 무엇이 달라졌냐"고 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아직도 (희생자로부터) 마지막 받은 문자를 보며 눈물을 삭이고 있고, 우리도 '아빠, 여보 살려줘'라는 통화를 수천 번 곱씹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앞서 국민의당 최고위원 회의에도 참석해 소방 당국의 현장 도착 및 초기 대응을 둘러싼 7가지 의문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현장 상황이 어떻게 전파됐고 지휘는 어떻게 이뤄졌으며,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건물 2층 여자 사우나실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소방 당국의 초동 대응 실패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도대체 현장에서 누가 지휘를 했는지, 누가 책임자였는지 아직도 규명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29명 국민이 숨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 없다"며 김부겸 장관 등을 향해 "여러분이 책임지고 물러가야 다음 분들이 명명백백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유족들이 세월호 사건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아프다"며 "유족들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정부가) 속 시원히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장관은 "재난 안전 업무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크게 바꾸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야당은 국회에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책임자 처벌 등 후속 조치를 두고는 야당 사이에도 온도 차가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제천을 찾아 진상 규명과 함께 김 장관 사퇴와 소방청장 파면을 요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유족들에게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는 물론이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에 우리 국민의당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한편 국회 행안위는 이날 공동 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용구역에 차량을 주차하거나 진입을 막는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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