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창·이산상봉은 빼고 신문 구석에 보도

    입력 : 2018.01.11 03:13

    [남북회담 이후]

    남북이 다른 고위급 회담 보도문
    北, 이산상봉 제의엔 불응하면서 美 떠밀 듯 '우리 민족끼리' 강조
    南, 천안함 거론 않고 교류 약속… 5·24 대북 제재 조치 허무나 논란

    노동신문 4면 하단에 보도 -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신문 4면 왼쪽 아래(붉은 선)에 남북 고위급 회담의 공동 보도문과 관련 사진 등을 게재했다.
    노동신문 4면 하단에 보도 -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신문 4면 왼쪽 아래(붉은 선)에 남북 고위급 회담의 공동 보도문과 관련 사진 등을 게재했다. /연합뉴스

    25개월 만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북에 휘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지 못했고, 공동 보도문도 남북의 발표 내용이 달라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어려워져

    정부는 회담 전부터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북에 제안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9일 회담에서도 우리 수석 대표의 기조 발언을 시작으로 8차례 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거듭 제의했다.

    하지만 회담의 결과물인 공동 보도문에는 '이산가족'이나 '적십자' 같은 단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이 '상봉 행사 성사를 위해 쌍방이 노력한다' 정도의 립 서비스도 안 했다는 건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북한은 2016년 4월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을 송환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평창 참가를 '대남 시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시 '시혜'로 여기는 이산가족 상봉에 쉽게 동의할 리 없다"고 했다.

    남북이 적십자회담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설까지 남은 시간은 5주 남짓으로 당장 적십자회담이 열려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상봉 후보자 선발→생사 확인→최종 명단 확정까지는 통상 7~8주가 걸린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대한 압축해도 5~6주는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측 수석 대표였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가장 아쉬운 것이 뭐냐'는 질문에 "역시 이산가족"이라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이 서로 다른 공동 보도문

    남북의 공동 보도문이 조금씩 다른 것도 논란이다. 북한 보도문에는 '평창'이란 말이 없다. 대신 '제23차 겨울철 올림픽 경기'라고 돼 있다. 고위 탈북자 A씨는 "남조선 주도 행사란 것을 부각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북측이 평창에 파견하겠다고 밝힌 '참관단'의 경우 우리 측 보도문엔 들어 있지만 북측 보도문에선 생략됐다. 또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4면 하단에 회담 보도문 관련 내용을 조그맣게 보도했다.

    더구나 우리 보도문에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라고 돼 있는 표현이 북측 보도문엔 '우리 민족끼리 원칙에서'라고 돼 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 외세(미국) 배격을 주장할 때 쓰는 표현이 '우리 민족끼리'"라며 "결국 2항은 한·미 동맹, 한·미 공조에 반대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5·24 조치 완화?

    공동 보도문 2항에는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로 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5·24 조치' 완화 내지는 무력화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맞서 취한 대북 제재다. 남북 교역 중단과 대북 지원 사업 보류, 방북 불허 등 5개 항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5·24 조치'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과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왕래·교류·협력'에 합의했다. 북측 회담 대표 단장이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5·24 조치의 원인인 천안함 폭침을 기획·주도한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현 통일전선부장)의 심복이다. 이 때문에 "천안함 도발 주역을 눈앞에 두고 사과도 받지 않은 채 5·24 제재를 허물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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