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돈' 되네

조선일보
  • 최보윤 기자
    입력 2018.01.11 03:02

    디지털 소음서 탈출하는 사람들
    英 가디언 '고요는 차세대 사치품'… 일부 호텔선 와이파이·TV 없애
    "혼자만의 시간 가지는 사람 늘어"

    "열흘간의 침묵 명상(silence meditation)을 마쳤습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정말 행운이고 감사해요. 와우!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트위터의 잭 도시(Dorsey) CEO가 새해 첫날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그가 열흘 동안 인터넷에서 사라지자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때였다. 가장 디지털 친화적인 인물로 꼽히는 그가 새해를 앞두고 한 결심이 바로 '디지털 소음에서 탈출하기'였다. 그는 불교 마음 수련법인 위파사나(Vipassana)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은 말조심하라는 격언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됐다. 침묵과 고요가 진짜 돈(金)이 되는 세상이다. 잭 도시처럼 각종 소음과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거금을 주고라도 고요함을 사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고요(silence)가 '차세대 사치품(next luxury)'이 되고 있다"며 "최고급 리조트나 여행업체에서 각종 디지털 기기와 생활 소음에서 벗어난 '소음 디톡스'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련 산업 조사기관인 미국의 글로벌웰니스 연구소가 꼽은 올해의 단어 역시 '사일런스'다.

    인터넷·휴대폰·트위터·페이스북…. 세상에 마주하는 모든 ‘보고 읽는 소음’에서 가끔은 벗어나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겨냥해 모든 전자 장비와 단절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요(silence) 마케팅’이 뜨고 있다.
    인터넷·휴대폰·트위터·페이스북…. 세상에 마주하는 모든 ‘보고 읽는 소음’에서 가끔은 벗어나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겨냥해 모든 전자 장비와 단절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요(silence) 마케팅’이 뜨고 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잠시라도 휴대전화와 떨어지면 불안한 노모포비아(nomophobia·no mobile-phone phobia)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디지털 디톡스 산업을 키우고 있다. 해외 건강전문매거진 셰이프는 "영국인의 66%는 노모포비아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중독증처럼 치유를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신치료사 낸시 콜리어는 최신 저서 '끊는 힘(The power of OFF)'에서 "상당수 미국인이 하루에 휴대폰을 150번 체크하고 심지어 46%는 휴대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답했다"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강제로라도 해보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져야 한다"고 권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명상과 마음 챙김(mindfulness)' 산업 규모는 2015년 기준 100억달러 (약 10조7000억원).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유명 호텔 체인인 만다린 오리엔탈은 일부 스파 서비스에서 와이파이·전자파 등을 차단하고 전화·TV 등 소음을 없애 인기를 끌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객실에서는 물론, 외부에 있을 때도 호텔 직원과 연결하지 않고 각종 비품을 바꾸거나 여러 서비스를 받는 '핸디'를 최근 도입해 투숙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의전관광전문업체인 코스모진 정명진 대표는 "템플 스테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도예나 공예에 몰입하면서 세파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외국인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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