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아이유의 '꽃갈피'를 들으며

입력 2018.01.11 03:13

'청춘' '가을 아침' 등 리메이크曲… 세대와 세대 이어주는 멜로디
앨범엔 빈카와 포천구절초 "책갈피 사이 꽃잎 보듯 선곡"
역사도 좋은 리메이크 곡처럼 장점 살리며 재해석해야 공감

김민철 사회정책부장
김민철 사회정책부장

"아빠가 술 마시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응팔에 나왔어요!"

2년 전쯤 딸이 너무 신기하다는 듯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답하라 1988'에 노래 '청춘'이 나온 모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세대에 친숙한 김창완 목소리가 아니라 김필이라는 젊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노래였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지금도 가끔 심란할 때 절로 나오는 노래다.

지난 연말에 20·30대 후배들과 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었다. 상당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지만 '붉은 노을'은 적어도 후렴구만큼은 후배들과 한목소리로 목청을 높일 수 있었다. 필자가 아는 것은 이문세가 부르는 노래인데, 노래방 곡은 리메이크해 빅뱅이 부르는 노래였다.

요즘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중 멜로디가 익숙한 노래들이 있다. 아이유가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 둘'을 냈는데 거기에 실린 곡(曲)들이 많았다. 2014년 발표한 '꽃갈피'에 이어 두 번째 리메이크 음반이었다. 최근에만 아이유가 부르는 '가을 아침'을 몇 번이나 들었다.

애들도 아이유가 부르니 이런 노래들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덕분에 휴일 오전 식탁에서 가족이 함께 들을 수 있는 곡들이 제법 생겼다. 무슨 말을 하면 무뚝뚝하게 대꾸해 말 붙이기도 조심스러운 평소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아이유 목소리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같이 듣기도 했다. 전반부는 아이유가 부르고 후반부는 원래 가수가 부르는 형식의 노래도 같이 들어보았다. 리메이크 곡들이 세대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유가 김창완과 함께 부르는 '너의 의미'도 편안하게 듣기 좋았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
아이유에게 관심이 생겨 앨범을 살펴보았다. 앨범 소개에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 책갈피처럼 끼워진 빛바랜 네 잎 클로버나 꽃잎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아이유 본인이 평소 아껴왔던 '꽃갈피' 같은 이전 세대의 음악들을 직접 선곡했다"고 쓰여 있었다. "세대를 관통하는 추억의 노래들을 아이유의 순수한 음색으로 재해석해냈다"고도 했다.

어릴 적 네잎 클로버와 꽃송이는 물론 은행잎·단풍잎 같은 것들을 책갈피에 끼워넣은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내는 자주달개비가 하도 예뻐서 책 사이에 끼워놓았다가 꽃물이 번져 책을 버린 기억이 있다고 했다. 야생화를 처음 공부할 때 산 도감 책갈피 사이에는 동자꽃 등 꽃잎과 나뭇잎 몇 개가 남아 있다.

제목이 꽃갈피라면 어디엔가 꽃도 넣었을 것 같았다. '꽃갈피 둘' 앨범 표지에는 빈카처럼 생긴 꽃을, 첫 번째 '꽃갈피'에는 하얀 꽃송이에 가는 잎을 가진 들국화를 한쪽 구석에 그려놓았다. 빈카는 잎이 자생종 마삭줄과 비슷하고 봄에 바람개비 모양 연보랏색 꽃이 피는 원예종이다.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음지를 좋아해 다른 나무 아래에서도 잘 자란다.

빈카, 포천구절초
빈카, 포천구절초
가는 잎을 가진 흰색 들국화라면 포천구절초에 가장 가깝다. 포천구절초는 꽃송이는 구절초와 같지만 잎이 코스모스 잎처럼 잘게 갈라진 야생화다. 경기도 포천에서 처음 발견해 포천구절초라 부르고, 잎 때문에 가는잎구절초라고도 부른다. 포천만 아니라 경기·강원도 북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3년 전 9월 말 강원도 만항재 가는 길에 영월 후탄리 서강 바위틈에서 자라는 깔끔한 포천구절초 무리를 보았다. 포천에서도 한탄강 유역에 사는 것으로 보아 포천구절초는 강을 좋아하는 식물인 것 같다.

앨범 제작진이 빈카와 포천구절초를 고른 특별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티저 영상 등에도 수국, 노랑코스모스, 마리골드, 라벤더 꽃밭 등이 나왔지만 아마도 그냥 예쁜 꽃의 하나로 고른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제작진은 "원곡 고유의 정서 위에 아이유의 색채를 덧입히는 작업에 어느 때보다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원곡 분위기를 무시하고 화려하게만 불러 듣기 거북한 경우도 있었다.

아이유 리메이크 노래를 들으며 문득 '적폐 청산'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청산(淸算)이든 계승이든 좋은 리메이크 노래처럼 기존 장점은 살리며 재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그래야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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