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개××들" 입에 담는 판사들

    입력 : 2018.01.11 03:12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법원행정처가 판사 뒷조사 문건을 만들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문제와 관련해 최근 일부 판사들이 판사 전용 익명 게시판에 행정처 출신 판사들을 향해 욕설과 악담을 퍼붓는 글을 대거 올렸다. 그중 특히 눈길을 붙잡았던 건 '부들부들 치가 떨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 글 상단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당 회의에서 법원 재조사위가 행정처 판사 컴퓨터를 강제 개봉한 것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비열한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한 인터넷 기사가 올라 있다. 한 판사는 기사 밑에 '자유한국당이 격렬히 반응하는 것을 보니 지금까지 행정처 고위직들과 야합을 했었나 보다. 개XX들'이라고 썼다.

    법원 재조사위가 행정처 판사 컴퓨터를 강제 개봉한 것은 형법상 비밀 침해 등 위법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김 원내대표 발언은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지만 과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판사가 야당을 향해 '개XX들'이라고 맞받아치는 것 또한 판사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이다. 법정에선 정의와 도덕을 앞세우다 뒤에선 익명의 그늘에 숨어 막말과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그동안 자주 언론에 보도됐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걸 판사들도 안다. 그런데도 일부 판사는 이곳에서 행정처 판사들을 겨냥해 '양승태(전 대법원장) 적폐 종자 따까리들' '법비'(法匪·법을 악용하는 도적 무리)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게시판에 '동료 판사에 대한 막말은 자제하자'는 글이 올라오자 '너 혹시 처음부터 양씨(양승태 전 대법원장) 행정처 쉴드 치던(방어하던) 걔니?' '너 글이 쓰레기 냄새 난다'며 집단 공격했다.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할 판사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차별 공격을 한 것이다. 이런 판사들이 법복(法服)을 입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법원은 김 대법원장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를 지지하는 판사들과 지지하지 않는 판사들로 갈라져 있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판사가 소속된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최근까지 재조사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김 대법원장도 이 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판사 전용 익명 게시판을 만든 판사도 이 연구회 회원이다. 일각에선 "국제인권법연구회 일부 회원이 익명 게시판에서 동료 판사들을 겨냥한 글을 쏟아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이들이 자기들 세상이 왔다고 믿고 이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은 어떤 판사가 익명 게시판에서 동료 판사를 적폐로 몰아 욕하고 공격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판사들에게 재판을 받아야 하는 국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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