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 협정’ 이란 제재 면제 유지하나…美 하원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입력 : 2018.01.10 20: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 하원이 9일(현지시각)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란이 핵 협정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 핵 협정 준수에 대한 ‘불인증’을 발표한 후 미국 정부와 이란 정부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여기에 미 하원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결의안까지 채택하면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미 하원,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결의안 채택…하메네이 “트럼프 정신 나간 행동”

    미 하원은 이날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찬성 415표, 반대 2표로 채택했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결의안 통과로 미국은 이란 국민을 지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이란 국민이 아니라, 억압적이고 불안정한 이란 정권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018년 1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사건(반정부 시위)과 관련, 국민의 정직하고 정당한 요구와 일부 단체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움직임은 구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메네이 트위터
    지난달 28일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시위는 테헤란·이스파한 등 이란 주요도시로 번져나가 최소 21명이 숨졌다. 경기 침체 규탄으로 시작된 시위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 정권과 체제 비판으로 격화됐다.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는 2009년 6월 대선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벌어진 민주화 운동인 ‘녹색 혁명’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3700명 이상이 체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 시위대를 독려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리며 이란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9일 트위터에 수차례 글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백악관 꼭대기에 앉아 있는 이 사람(트럼프)은 이런 극단적이고 정신 나간 행동들이 대가를 수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트럼프, 이번 주 이란 제재 면제 유지 여부 결정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월 9일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양당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블룸버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12일 이란에 대한 제재 면제를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스티브 골드스타인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을 통해 “12일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며, 이와 관련해 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에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논의할 예정이다. CBS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면제를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리면 2015년 체결한 다자 핵 협정 합의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영·프·러·중)과 독일 6국은 2015년 7월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이란은 농축우라늄·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고 유엔은 이란 제재를 풀기로 했다.

    이 협정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이란과의 핵 합의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란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란의 핵 협정 준수를 인증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백악관이 90일마다 이란의 핵 합의 준수 여부를 평가한 결과를 의회에 제출하면 의회는 60일간 검토 기간을 거쳐 제재 면제를 연장할 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백악관이 불인증을 공식 발표한 후 의회가 후속 절차를 밟지 않아 백악관이 90일 규정에 따라 다시 평가를 하게 됐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거나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함께 핵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은 미국 정부에 협정 이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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