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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삽질하는 도로, 10년째 착공도 못한 전철

    입력 : 2018.01.11 06:31 | 수정 : 2018.01.11 15:49

    제14대 대통령선거를 4개월 앞둔 1992년 8월. 당시 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동구에서 경기도 하남시를 연결하는 경전철 사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교통부는 사업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건설 계획만 내놨다. 당연히 ‘선거용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교통부는 “80년대 중반부터 충분히 검토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후 1995년 하남 경전철 사업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당시 개통 목표는 2001년. 그러나 참여하겠다는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2000년이 돼서야 현대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0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하남 경전철 사업의 협상을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보고서를 낸 사실이 2005년 밝혀졌다. 하남 경전철 사업은 백지화될 때까지 13년간 하남시민들을 희망 고문했다.

    1992년 처음 발표했던 하남 경전철 노선도. /하남시 제공

    전철·도로 등 교통 인프라 확충 호재가 있는 지역에 투자하려면 ‘적어도 10년은 봐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정부는 개통 시기를 착공 후 평균 4~5년 정도로 잡는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이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연돼 결국 10년을 넘긴다는 뜻이다.

    땅집고 취재팀이 최근 인프라 건설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이 속설이 거의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 개통 시점과 실제 개통 시기는 10년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초 예상대로 개통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기(工期)가 늘어나면 각종 문제가 생긴다. 공사 현장이 오래 방치될수록 주변 환경이 악화된다. 작업 연속성이 끊어져 부실공사 위험도 커진다. 시공사는 공기가 늘어나는 만큼 회수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이런 비용 부담은 결국 완공 이후 시설 이용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교통 호재를 믿고 아파트나 토지 등을 사들인 부동산 수요자들도 기회비용이 늘어나면서 속앓이를 하게 된다.

    ■12.6km 공사에 16년 걸린 자금~회천 도로

    최근 개통된 철도 중 공기가 가장 많이 지연된 사업은 부산~김해 경전철이다. 부산 사상역부터 김해 가야대역을 잇는 이 경전철은 앞서 하남 경전철과 함께 1995년 기본계획이 통과됐다. 당시 예상 사업기간은 1995~2000년이며 개통 목표는 2001년이었다.

    1995년 12월 30일 관보에 실린 '부산사상역~김해간 경량전철 건설 민자유치 시설사업기본계획'. /국가기록원 캡처

    하남 경전철처럼 백지화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역 주민 분쟁으로 11년 뒤인 2006년 2월에야 첫 삽을 떴다. 이후 5년간 공사를 거쳐 2011년 7월 개통 예정이었지만, 소음 문제 등으로 같은 해 9월 16일 정식 개통했다. 당초 개통 목표인 2001년보다 10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사업이 발표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착공 일정조차 잡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다.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이다. 2006년 7월 발표된 ‘신분당선 연장(정자~수원) 복선전철 건설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광교~호매실 구간은 2014년부터 공사가 시작됐어야 했다. 그러나 앞 구간인 정자~광교 중 미금역이 아직 공사중인데다, 현재 사업계획으로는 비용 대비 편익이 지나치게 떨어져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07년 3월 개통한 인천도시철도 1호선도 약 10년이 걸렸다. 당초 개통 예상시기는 1997년 12월로 1993년 7월 5일 착공했다. 그러나 귤현역~계양역 구간을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과 병행 추진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개통 시기도 함께 연장됐다. 결국 처음 예상보다 약 9년 8개월 늦게 개통됐다.

    광교~호매실 구간이 포함된 신분당선 전체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도로는 철도보다 더욱 심각하다. 짧은 도로 하나 개통하는데 10년 이상씩 걸린다. 경기 의정부 자금동~양주 회천동을 잇는 자금~회천 일반국도가 대표적. 이 사업은 1999년 5월 착공해 2004년 개통이 목표였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잦은 설계 변경으로 당초 목표보다 11년이 늦은 2015년 12월에야 겨우 완공됐다. 12.6km를 잇는 이 공사에만 16년 7개월이 걸렸다. 1년에 720m씩 건설한 셈이다.

    한강의 28번째 다리인 월드컵대교는 2010년 3월 착공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 중이다. 당초 서울시는 2015년 8월까지 월드컵대교를 완공하겠다고 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복지 분야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관련 예산이 대폭 깎인 탓이다. 현재 개통 목표는 당초보다 5년 뒤인 2020년 8월로 미뤄졌다. 이마저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착공 7년 9개월 만인 지난달 12일 월드컵대교에 상판이 올라간 모습. /연합뉴스

    경기 성남과 이천시 장호원을 잇는 국도 3호선 자동차전용도로는 2004년 착공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완전 개통까지는 멀기만 하다. 남아있는 이천~장호원 구간(6.1km)은 올해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매년 끊어 지급하는 공사비가 문제

    이렇게 당초 예상보다 공기가 지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예산 부족이다. 총 공사비를 한번에 확보하지 않고, 해마다 나눠서 나오다보니 상황에 따라 예산이 들쑥날쑥한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사업 계획의 불확실성이다. 공사에 앞서 선행돼야 할 용지보상 등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사업부터 착수해 결국 공사가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공기 연장에 따른 피해는 심각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가 지연될수록 현장 인건비부터 시작해 수많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발주기관이 명확히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어서 손실이 크다”며 “공기가 지연되면 작업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현장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실공사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연도마다 예산을 나눠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총 공사를 한꺼번에 확보해 줄 수 있는 계속비 예산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발주기관은 사업계획을 세울 때 여러 불확실성을 제거한 뒤 사업을 발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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