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자유'뺀 개헌안 밀어붙인다

입력 2018.01.10 18:21 | 수정 2018.01.10 18:4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동시 개헌’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여당의 개헌안 마련은 속도전에 돌입했다.
정부·여당은 이미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활동이 지지부진하던 작년 12월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 주도하에 개헌안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는데, ‘정해구안’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야당은 즉각 문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국회를 무시하는 노골적인 선전 포고”라는 반응을 내놨다. 특히 개헌안 논의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는데, 문 대통령이 ‘최소한의 개헌’을 언급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야당은 “권력 구조 개편 없는 개헌안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국가 중대사인 개헌을 오로지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민주주의’ 뺀 개헌안 나오나

문 대통령이 정해구 위원장을 통해 마련 중인 개헌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정보수집 단계”라고만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개헌안이 상당 부분 올해 초 공개된 개헌특위 자문위 최종안과 유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자문위는 최종보고서에서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은 결론 내지 않았고, 대신 전문(前文)에 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뺐다. 또 정리해고의 원칙적 금지와 노동 이사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논쟁적인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기도 했다.

개헌특위 자문위의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문위에 시민단체나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결이 같은 인사들이 만드는 ‘정해구안’ 역시 이들과 비슷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개헌특위 자문위의 최종 개헌안을 당연히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1987년 개헌 당시 자신들이 주장했다가 관철시키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이루겠다는 분위기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987년 개헌 당시에도 ‘노동 이사제’ 등을 당시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헌법에 밀어 넣으려 했었다”고 했다.

◇野 “사회주의 개헌 절대 안 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의 이번 개헌 언급에 대해 “문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한다고 그랬는데, 이것은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충남지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보고서 내용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 좌파 사회주의 체제로 나라의 틀을 바꾼다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용 개헌은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은 현 정권의 개헌 공세가 ‘선거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대선 전에는 이원집정부제 등을 주장했는데, 지금은 자신들이 유리한 대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하자고 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라면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한데,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각종 좌편향 조항으로 헌법 자구만 수정하는 개헌안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들의 개헌안을 ‘착한 개헌’으로 규정하고, 한국당을 반(反)개헌 세력으로 몰며 지방선거에 이용할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야는 개헌특위 개헌안 합의 날짜를 못박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개헌안 마련에 노력한다”고 한만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야당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최대한 문재인식 사회주의 개헌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권력구조가 논의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 말고는 특별한 해결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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