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사진) 등 프랑스의 문화예술계 여성 인사들이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과도하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남성들은 여성을 유혹할 자유가 있다"면서 "최근 남성들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를 배격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드뇌브 등 프랑스 문화계 여성 100명은 9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성(性)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을 투고해 이렇게 밝혔다. 카트린 드뇌브는 ‘카트린 M의 성생활’이라는 에세이집으로 유명한 미술평론가다.

이들이 미투 운동을 비판한 것은 최근 논의 흐름이 남성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드뇌브 등은 “남자들이 권력을 남용해 직업적 관계에서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을 달면서도, 최근의 ‘미투 운동’이 마치 마녀사냥처럼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뇌브 등은 기고문에서 “여성의 무릎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려 했다거나 일방적으로 친밀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남성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성급한 판단으로 희생자가 양산되고 있다”면서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을 ‘청교도주의적’, ‘온라인 자경단의 정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방식도 문제 삼았다. 남성에게 변호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이들을 성범죄자들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는 이유에서다. 드뇌브 등은 “남성들이 과거의 죄와 부적절했던 행동들을 끄집어내 뉘우치기를 요구받고 있다”며 “고발자를 자처한 인물들이 (공인들의) 사생활로 침입해 공개 자백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성평등 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스캔들은 ‘유혹과 로망의 국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프랑스의 이미지를 재고하고 성추행에 대한 태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