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前 정부 비난용으로 쓴 '위안부 합의 백지화' 소동

조선일보
입력 2018.01.10 08:16

정부는 9일 전(前) 정부가 맺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지만,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된 일이다. 애초에 합의 파기나 재협상이 목적이 아니었다.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뿐이다. 이렇게 되자 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는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기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로서는 실제로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일본이 재협상에 응한다고 해도 2015년 합의 이상의 것을 얻기도 어렵다.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두 단어가 포함된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과 피해자들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5년 합의엔 평소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3대 원칙,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총리 명의의 사죄,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보상'이 모두 포함됐다. 의미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전 정부도 피해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전부 반영한 결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그런 방법이 있는데도 전 정부가 하지 않은 것처럼 발표하더니 이제는 '재협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부는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면 외교·안보 사안도 가리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정부 간 외교 협상에선 공개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만 '적폐 청산' 한다면서 이를 예사로 까뒤집고 있다. UAE 사태도 이러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상대가 국가인 외교 문제를 국내 야당과 싸우듯이 다루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 상대국이 순순히 응하리라고 보나. 지지자들이 박수 치는 것만 보고 외교·안보 문제를 처리하다가는 국민과 국가에 큰 화(禍)를 뒤집어씌울 수 있다.

정권 8개월 동안 외교 이면 합의를 공개하거나 뒤집으려 한 것이 벌써 두 번째다. 주변국과의 신뢰는 망가졌다. 과거 어떤 정부도 이러지 않았다. 국내에선 어떤 정쟁을 벌이더라도 외교·안보 문제에서만은 성숙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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