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역풍에 '임대료 압박 카드'

조선일보
  • 정우상 기자
    입력 2018.01.09 03:15

    동네물가 뛰는 등 부작용… 文대통령 "상가 임대료 부담 낮추는 대책 마련하라"
    與지지층 영세 자영업자·비정규직 동요에… 文대통령이 직접 나서

    文 "초기에 혼란 있을 수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해야"
    野 "시장과 경제 주체들 협박"

    野 "무리하게 밀어붙이더니 이젠 건물주에 부담 전가하나"
    靑 "부작용에 초점 맞춰선 안돼"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다만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새해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장 먼저 최저임금 대책을 지시한 것이다.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 초기부터 비판받으며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해결을 위해 임대료 부담 완화를 지시한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시작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며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우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부작용도 인정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고용이 줄어드는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저임금 노동자 해고 등 부작용이 잇따른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일부에선 "청년과 저소득층, 무주택자 등 문재인 정부 지지층이 동요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런 어려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정책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다"면서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 다만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조현옥 인사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 다만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조현옥 인사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대책으로 임대료 인하와 고용보험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는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들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압박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져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 총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기금이라든가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노동자 1인당 월 22만원, 총 1조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경감 대책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해고를 막기 위해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를 '최저임금 해결사'로도 불러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임대료를 어떻게 내릴지는 구체적 방안을 준비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형성된 임대료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내리는 게 시장 원리에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건물 임대료 인하를 위한 각종 세금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용보험 가입률이 20~30%에 그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최저임금 13만원 지원은 고용보험 가입 업체만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고강도 대책을 주문한 것은 연초부터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고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재계에 이어 영세 자영업자와 해고 비정규직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동네 물가까지 뛰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 기반을 이루는 사회적 약자들이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가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아파트 경비원, 청소 업무 종사자 등 고용 취약 계층의 고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야당은 이날 "무리하게 최저임금 정책을 밀어붙이며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더니 이젠 건물주에게 책임을 넘기느냐"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섣부른 정책이 초래한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려는 노력 대신에 시장과 경제 주체들을 협박하려는 것"이라며 "임차료 인하 압박은 시장 원리에 위배되는 것으로, 정부의 실패 도미노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책 시행 초기부터 비판과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정부를 흔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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