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운영 취업 사이트에서 고용주들이 사람을 뽑겠다고 한 구인(求人) 규모가 지난해 12월 20만81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17%나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12월 기준으로 최대 감소 폭이다. 지난 5년간 12월 구인 수요는 꾸준히 증가 추세였다. 지난해 갑자기 절벽처럼 추락한 것이다. 이 사이트는 주로 중소기업들이 활용한다고 한다.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업체가 사람 뽑기를 주저하고 고용을 줄이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갑자기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음식점 등에는 이미 무인(無人) 시스템이 도입됐고,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주인이 혼자 일하는 프랜차이즈가 늘고 있다. 새 가게를 열려고 상가를 알아보는 문의도 줄었다고 한다. 반면 식당·미용실 등 인건비 부담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물가는 들썩인다. 곳곳에 최저임금발(發) 후폭풍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못 본 체하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최근 서울 도심 음식점 거리를 방문해 "어렵다고 종업원을 해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수지를 맞출 수 없는데 정부가 해고하지 말라고 한다고 그대로 따를 사람이 어디 있나. 수지를 맞출 수 있으면 누가 종업원을 해고하겠나. 시장 작동을 규제로 막으면 결국 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체에 국민 세금으로 3조원을 나눠준다고 한다. 그러자 일부에선 벌써 보조금을 받기 위해 '회사 쪼개기'를 하고 있다. 기본급을 최저임금만큼 인상하는 대신 상여금을 그만큼 깎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그러자 정부 현장점검팀이 실태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전국의 수많은 업체를 어떻게 다 들여다보나. 결국 하는 척 '쇼'일 뿐이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영세업체가 어려움을 겪거나 고용이 줄어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고 밀고 나갈 뜻을 밝혔다. 최저임금 후폭풍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2020년 시간당 1만원이 되면 업체에 81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작은 기업 순으로 문 닫고, 해고가 줄을 잇고,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우선하는 게 일자리 자체다. 모든 정책은 현실과 조화를 이뤄가야 한다. 그걸 부정하면 정책이 아니라 오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