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낯선 동계 올림픽, 요건 몰랐죠?

동계 스포츠는 아직도 우리 팬들에게 낯설다.
각 동계 종목의 경기 방식이나 장비, 기구에는 전문가들도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숨어 있다.

낯선 동계 올림픽, 요건 몰랐죠?

입력 2018.01.09 08:18 | 수정 2018.01.15 11:12

동계 스포츠의 '숨어 있는 1인치'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알고 봐야 올림픽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한국 스켈레톤 에이스 윤성빈(24)이 얼음 트랙을 내달릴 때면 트랙에선 "쉭쉭" 하는 소리가 난다. '썰매 날이 얼음 트랙을 파고들어서 트랙이 부서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스켈레톤에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스켈레톤 썰매 날이 팬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칼날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켈레톤 썰매 날은 지름 1.6㎝의 원통형 강철 튜브다. 칼날 형태의 날을 쓰는 루지(누워서 타는 썰매)나 봅슬레이(차량 형태의 썰매)와 달리 본체 밑에 파이프 두 줄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왜 스켈레톤 날만 이렇게 생겼을까.

스켈레톤 썰매 날은 비슷한 종목인 루지나 봅슬레이 칼날과 달리, 지름 1.6㎝ 원통형 파이프 모양이다. 방향을 조종하기 위해 썰매 날 앞과 뒤의 모양이 다르다(오른쪽). 날 뒤쪽엔 아랫면에 선이 하나 생기는데, 이 선을 얼음 트랙에 지치면서 좌우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다. /AP 연합뉴스

스켈레톤 썰매 날이 이렇게 특이한 형태인 건 뭣보다 선수 안전을 위해서다. 발부터 내려오는 루지와 달리 스켈레톤은 엎드려서 얼굴부터 내려온다. 칼날을 쓰면 얼음벽을 파고들기 때문에 조종 실수가 생겼을 때 곧바로 벽에 머리를 부딪쳐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파이프 날은 조종 실수를 하더라도 썰매의 진행 방향이 확 꺾이는 일이 적다.

또 칼날보다 얼음에 닿는 접촉 면이 넓어서 속도도 느려진다. 통상 스켈레톤의 최고 속도는 시속 130㎞ 안팎으로, 칼날을 쓰는 루지(140㎞ 안팎)보다 느리다. 파이프 날로 어떻게 썰매의 방향을 조종할 수 있을까. ▶기사 더보기

바이애슬론은 스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을 합한 종목이다. 총을 메고 설원을 전진하다가 표적지가 있는 사격장에서 총을 쏴서 승부를 가린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총기의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총은 개머리판이 일반 소총처럼 세모 형태이고, 어떤 총은 직사각형 네모 형태다.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총을 쓰는 걸까?

바이애슬론에선 총을 어떻게‘성형’하느냐가 메달 색을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 독일‘안쉬츠’사가 제조한 오리지널 총(위). 같은 회사에서 나온 총도 성형을 거치면 완전히 다른 모습(아래)이 된다. /안쉬츠

현재 선수들이 쓰는 총기는 대부분이 독일 '안쉬츠'사에서 제조한 것으로 가격대는 500만원 전후다. 그럼에도 총의 모양이 제각각인 건 '집중 성형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총열을 제외한 전체가 성형 대상이다.

선수가 주문한 총이 제작되면 이 총은 곧바로 개머리판 개조에 동원된다. 선수가 총과 함께 상체의 길이, 어깨 넓이, 손가락 엄지와 검지의 길이까지 미세한 신체 사이즈를 촘촘히 적어 알려준다. 그러면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의 전문 목공 마스터들이 총기 개조 작업에 돌입한다. 이들 목공들의 성형 실력이 올림픽 메달을 결정한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총기 성형에는 대략 200만원 전후의 돈이 든다고 한다. ▶기사 더보기

컬링장에 가면 일반인처럼 차려입은 '올림픽 선수'들을 접하게 된다. 특히 이들이 빙판에 오를 때 운동화도 아닌 구두를 신은 걸 보면 의문을 갖게 된다. 이들은 왜 스포츠 경기에 구두를 신고 나가는 걸까.

컬링 초창기인 19세기 후반으로 추정되는 사진(위). 신사 차림 선수들이 구두를 신고 있다. 한국 오은수(아래쪽)도 구두 스타일 컬링화를 신었다. /세계컬링연맹·연합뉴스

19세기 후반 컬링 사진을 보면 말끔한 정장에 구두를 신은 중년 신사가 빗자루를 든 모습이 나온다. 구두를 신고 컬링하는 것은 기본적인 '컬링 에티켓'에 속했다. 세계컬링연맹의 컬링사(史)에 따르면 당시의 컬링 선수들은 옷차림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 했다.

이후 컬링이 대중화되면서 복장은 좀 더 자유롭게 변했다. 스포츠 종목으로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장 차림으론 승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선수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지금은 상·하의를 편한 복장으로 착용한다. 그러나 신발만큼은 과거 '신사의 에티켓' 전통이 그대로 남아 이어지고 있다.

컬링은 구두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은 업그레이드했다. 컬링화를 살펴보면 양쪽 바닥이 다른 '짝짝이'다. 한쪽 바닥은 미끄러운 '테플론' 재질이고, 다른 쪽 바닥은 미끄럼을 방지하는 고무 재질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 당시 이상화(29)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을 앞두고 잠시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취재진 카메라에 잡힌 이상화의 발은 곳곳이 물집과 굳은살로 덮여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 기록을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발이 저렇게까지 됐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대체 왜 양말을 안 신는 거지?

2010 밴쿠버올림픽 당시 경기를 앞두고 잠시 스케이트를 벗고 맨발을 드러낸 이상화. 2010 밴쿠버올림픽 당시 경기를 앞두고 잠시 스케이트를 벗고 맨발을 드러낸 이상화. 굳은살투성이 그의 발 모습이 화제가 됐다. /전기병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보통 석고로 발을 본뜬 '맞춤 제작 스케이트'를 신는다. 이 부츠는 발에 꼭 달라붙는데, 부츠의 발등과 측면은 딱딱한 카본 재질이다. 일반인이 맨발로 이런 부츠를 신고 얼음을 지쳤다간 순식간에 발이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맨발의 청춘'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국가대표 출신 문준 스포츠토토 빙상단 플레잉코치는 "좋은 기록을 위해선 발과 부츠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빙판을 가를 때 발의 감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양말 없이 발을 스케이트화에 온전히 밀착시키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양말을 신고 스케이트를 타면 발과 부츠 사이에 미세한 미끄러짐이 발생해 힘의 손실이 생기고, 기록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양말 신으면 스케이팅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외국 선수 중엔 양말을 신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빙속 선수들은 대부분 맨발이다. 그래서 '맨발의 청춘'들은 상처가 많다. 굳은살은 기본이고 발톱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기사 더보기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스포츠 여러 종목 선수들 가운데 골프 스윙을 가장 잘 익힌다는 평을 듣는다. 두 종목의 다운스윙 궤도가 흡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두 종목은 채의 형태나 용도가 거의 비슷한데 왜 골프채는 클럽(club), 아이스하키는 스틱(stick)이라는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걸까.

183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존하는 가장 오랜 아이스하키 스틱(왼쪽). 오른쪽은 1800년대 초반 장인 휴 필립이 만든 골프 클럽. 헤드 위에 필립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근대 스포츠가 자리 잡기 이전엔 나뭇가지로 공을 치는 형태의 운동들이 많았다. 이를 크게 '스틱 앤드 볼(stick and ball)' 게임이라고 했다. 스틱은 나뭇가지나, 나뭇가지처럼 가늘고 긴 형태를 지닌 물건을 이른다.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나뭇가지 모양의 장비도 뜻한다. 아이스하키의 '스틱'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반면 골프채를 뜻하는 '클럽'에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단단하고 무거운 스틱(heavy stick)'이란 의미가 있다. 덴마크 바이킹이 쓰던 해머처럼 끝이 뭉툭한 무기들이 클럽이라고 불렸다. 갑옷 공룡 안킬로사우루스의 꼬리 끝은 여러 개의 골판이 뭉쳐 곤봉 형태를 띠는데, 이를 부르는 해부학 용어가 '클럽'이다. 즉 골프 클럽이란 공을 치는 헤드 부분의 형태가 무기(곤봉)처럼 불룩하고 두꺼워서 붙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사 더보기

아이스하키는 스포츠 중에서 어시스트를 개인 기록으로 인정한 최초의 종목이다. 골과 어시스트를 합한 '포인트'를 최고로 대접한다. 골도 1포인트, 어시스트도 1포인트다. '골은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함께 이뤄낸 것'이라는 팀플레이의 정신이 담겨 있다. 세계 최고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공격수는 최다골상 수상자가 아니라 최다 포인트상 수상자다.

도입 초기엔 최대 3명까지 어시스트가 인정되다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1936년부터 골당 최대 어시스트를 2개로 줄였다. 미국 프로축구(메이저리그사커)도 세계 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2어시스트 인정'의 로컬 룰을 갖고 있는데, 북미 지역 인기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퍽을 스틱으로 한 번 건드려도 어시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규정 때문에 무임승차처럼 어시스트 기록을 받는 경우도 나오고, 심지어 해당 선수가 "내가 한 게 어시스트였나"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도 나온다. ▶기사 더보기

스키점프는 크게 활강-도약-비행-착지 단계로 구분된다. 급경사를 타고 내려오다 도약대 끝에서 몸을 던진 선수들은 고정된 자세로 공기를 가른 뒤, 눈 위에 사뿐히 앉아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특히 마지막 착지 부분에선 반드시 '무릎앉아'와 비슷한 동작, 즉 텔레마크 착지(Telemark landing)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 자세로 착지하지 않으면 큰 감점을 당한다. 실제 경기에선 선수들이 굽힌 무릎이 땅에 닿지는 않는다.

소치올림픽 스키점프 2관왕 카밀 스토흐가 텔레마크 자세로 착지하는 모습(왼쪽). 텔레마크 스키 주행 방식(오른쪽)과 무릎을 굽히는 자세가 비슷하다.

'텔레마크'란 말은 노르웨이 남서부 텔레마르크 지방에서 발달한 독특한 형태의 스키에서 비롯된 말이다. 산악 지형이 많은 텔레마르크 지역의 스키어들은 1800년대 후반부터 앞꿈치만 스키에 고정하고 뒤꿈치는 떨어지는 형태의 스키를 탔다. 어떤 지형을 만나든 턴과 회전을 자유롭게 하며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나중에 스키점프에 착지 형태로 도입된 것이다. 스키점프 종목이 이 자세를 요구하는 건 착지 때 선수가 받는 충격을 줄이고 동시에 앞뒤좌우 균형을 잡도록 하려는 것이다. ▶기사 더보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빙판 위를 시속 60㎞ 이상의 속도로 달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는데 TV 중계 화면을 보면 구간 기록(100m, 200m, 300m 등)과 랩타임(400m 트랙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분의 1초까지 정확하게 나온다. 더구나 최대 24명이 한꺼번에 달리는 매스스타트는 여러 선수가 우르르 통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중계 화면은 중간 순위와 기록을 놓치지 않고 한눈에 보여준다.

이 같은 기술의 비밀이 바로 '전자 발찌'에 담겨 있다. '트랜스폰더(transponder·무선응답기)'라는 이름의 작은 전자기기는 출발 총성과 동시에 작동을 시작해 특정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시간과 순위를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트랙 한쪽에 설치된 판독기가 트랜스폰더의 전자 신호를 받아 기록실과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트랜스폰더의 무게는 인스턴트 커피 믹스와 비슷한 12g이다. 국가대표 출신 문준(36) 스포츠토토 빙상단 플레잉코치는 "트랜스폰더를 차면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레이스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대부분 선수가 공기 저항을 줄이려 경기복 안에 착용해 관중이나 시청자에겐 보이지 않는다.▶기사 더보기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은 사내들의 '빙판 결투'를 말리지 않는다. 선수가 싸우기로 작정하고 글러브를 벗어 던진다면, 심판들도 방해하지 않고 싸울 시간을 준다. 이런 '하키 파이트'는 NHL이나 유럽 프로 리그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장면이다. 하지만 싸움엔 암묵적 원칙이 있다. 1대1로 붙어야 하고, 스틱을 휘두르면 안 된다. 각 팀은 주먹질만 도맡는 '싸움꾼'도 1~2명씩 둔다. 이들을 인포서(enforcer·집행자)라 부르는데, 하키 실력은 신통찮다. 주로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상대가 얄미운 행동을 하면 빙판으로 뛰쳐나와 주먹다짐을 벌이고 퇴장당하는 것이 주 임무다.

밴쿠퍼 캐넉스의 마이클 샤푸(왼쪽)와 애너하임 덕스의 크리스 와그너가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경기 도중 주먹다짐을 하고 있다. NHL에선 종종 벌어지는 장면이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에서도 '집행자'를 볼 수 있을까. 국제아이스하키연맹 규정을 따르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선 NHL처럼 '관례적 주먹질'을 허용하지 않는다. 경기 중에 우발적으로 주먹질이 나올 수 있지만, 심판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제지한다.

올림픽에선 주먹질 대가가 크기 때문에 함부로 휘두를 수도 없다. NHL에선 두 선수가 5분씩 퇴장당하면 끝나지만, 올림픽에선 해당 경기 퇴장은 물론 1~2경기 추가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기사 더보기

스키점프는 선수들이 급경사를 활강(滑降)하다 도약대에서 몸을 날려 더 멀리, 멋진 자세로 비행한 후 착지하는 스포츠다. 선수들이 100m 이상 거뜬히 날아갈 수 있어 '인간 새들의 향연'이라 불린다.
하지만 정말 선수들은 공중으로 '점프'해서 날아오르는 걸까.

비밀을 알고 싶으면 스키점프 경기장을 보면 된다. 선수들은 35도 급경사의 인런(in-run) 구간을 시속 95~100㎞로 활강한 뒤 도약대 최종점에 도달해 굽혔던 몸을 펴면서 앞쪽으로 뻗어나간다. 이 도약대 끝부분이 수평 기준으로 위가 아니라 아래쪽으로 8~11.5도 처져 있다. 평창올림픽에 쓰일 스키점프대의 도약대도 11도 아래로 향해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를 향해 뻗어나가게 된다. 평창올림픽조직위 김흥수 스키점프 담당관은 "스키점프는 사실 최대한 늦게 떨어지는 걸 경쟁하는 경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썰매 종목 중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건 루지다. 공식 최고 속도는 루지가 시속 154㎞로 1등이고 2인승 봅슬레이(153㎞), 스켈레톤(140.8㎞) 순이다. 어째서 힘껏 달려가는 봅슬레이나 스켈레톤보다 루지가 빠를까.

한국 루지 남자 대표 강동규(24)의 출발 장면. 스파이크 달린 장갑으로 빙판을 치며 속도를 얻는 모습이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루지가 빠른 건 두 가지 이유다. 일단 출발 지점의 고도가 약간 높다. 루지 스타트 지점은 스켈레톤·봅슬레이 스타트 지점 옆에 별도로 지어지는데, 평창의 경우 루지 스타트 지점 해발 고도가 930.5m로 봅슬레이·스켈레톤 출발 지점(해발 930m)보다 약간 높다.

두 번째는 타는 자세다. 스켈레톤은 머리를 앞으로 두고 엎드려 타기 때문에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 반면, 루지는 발을 앞에 두고 누워서 타므로 뾰족한 발끝이 공기를 헤치고 나간다. 스켈레톤이 루지보다 4.5배 정도 더 많은 공기 저항을 받는다. 초고속 탓에 루지는 썰매 중 유일하게 올림픽 사망자를 낸 종목이기도 하다. ▶기사 더보기

쇼트트랙 선수들의 왼손 장갑은 특이하게 생겼다. 손가락 끝이 둥글게 돌출된 모습이 마치 개구리 발 같아서 '개구리 장갑'이라고 부른다. 쇼트트랙의 상징물 개구리 장갑은 누가, 어떻게 만든 걸까.

현대적 '개구리 장갑'의 발명은 우연에서 시작했다. 김기훈은 이렇게 기억한다. "(쇼트트랙이 시범 종목이었던)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 전이었어요. 그때는 스케이트화가 흐물거리는 재질이어서 발목 부분에 에폭시를 발라 고정시켰죠. 에폭시 액이 남았길래 호기심 차원에서 장갑에 발랐더니 딱딱한 데다 마찰력도 없고 슥 미끄러지더군요. 이거다 싶었죠."

에폭시(epoxy) 수지는 나무, 금속 등의 접착제로 쓰는 물질이다. 한국은 1988 캘거리올림픽 때부터 에폭시로 만든 개구리 장갑을 끼고 나갔다. 생소한 물질이 쇼트트랙의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김기훈은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개구리 장갑을 끼고 나가 1000m와 5000m계주 금메달을 따 냈다. ▶기사 더보기

경기 도중 수십 번씩 부딪히고도 다음 경기에 멀쩡히 사용되는 컬링 스톤. 뉴욕타임스는 컬링 스톤에 대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경도를 가졌다"고 표현했다. 이 스톤을 만드는 케이스(Kays)사는 제조 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마치 쇳덩이처럼 단단한 컬링 스톤의 정체는 뭘까.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규모가 큰 국제 대회에선 '특별한 돌'로 만들어진 컬링 스톤만 사용한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무인도 '에일서 크레이그(Ailsa Craig)'에서만 채굴할 수 있는 화강암이다. 아무 때나 돌을 캐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10년에 한 번 정도만 허용된다.

스코틀랜드 한 귀족 가문의 소유인 이 섬이 철새 도래지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13년에 섬이 한 번 개방돼 약 2000t의 화강암을 채석했다고 한다.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컬링 경기에서 사용할 1만여 개의 스톤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 화강암은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돌로 유명하다. 옅은 푸른색을 띠기 때문에 '블루혼(Blue Hone)'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게다가 습도에 강한 특성을 지녀 빙판 위에서 오랫동안 사용되는 컬링 스톤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스톤 1개 가격은 약 125만원. ▶기사 더보기


피겨 스케이팅은 그 화려함, 우아함 덕분에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피겨(figure)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숫자, 인물, 도형 등이 포함돼 있다. 사람·동물 형상의 장난감도 피규어(figure)라고 부른다. 왜 피겨란 이름이 붙었을까.

피겨 종목은 1908년 런던올림픽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었다. 초창기 피겨 종목은 컴펄서리(compulsory·필수) 스케이팅과 프리(free) 스케이팅으로 구성됐다. 컴펄서리 스케이팅은 선수들이 스케이트 날로 얼음 위에 지정된 모양을 그리는 방식으로 치렀다. 예컨대 한 선수가 모양 똑같은 숫자 '8' 을 여러 차례 그리면 심판이 얼마나 정확한 원(circle)이 만들어졌는지 평가하는 식이다. 즉 피겨는 '도형(圖形·figure)'을 그린다는 말에서 시작된 이름이다. ▶기사 더보기


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있다. 경기복 앞쪽에 달린 지퍼를 배꼽까지 죽 내리는 것이다. 팬들은 "엄청나게 더운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웃 종목인 쇼트트랙으로 눈을 돌려 보면 의문 하나가 생긴다. 같은 스케이팅이고 힘든 건 마찬가진데, 쇼트트랙에선 지퍼 내리는 선수를 보기가 어렵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몸을 거의 'ㄱ'자로 구부리고 탄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려면 상체와 빙판이 평행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는 경기복도 이 자세를 가장 잘 취할 수 있도록 제작돼 있다. 실제 경기복을 벗어놓으면 ㄱ자 모양으로 구부정한 형태를 띤다. 선수들이 상체를 숙일 수 있도록 경기복이 앞으로 당겨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가대표 출신 문준(35) 스포츠토토 빙상단 플레잉코치는 "경기복을 입고 있으면 누군가 허리를 지그시 누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허리를 펴면서 경기복 앞쪽을 열어젖히게 된다. ▶기사 더보기

스키에 왁스를 바르는 작업은 서너 시간씩 걸린다. 여러 겹을 겹쳐서 바르기 때문이다. '기초 왁스→경기용 왁스→스피드 왁스' 순서다. 왜 이런 왁스가 필요할까.

스키의 아랫면은 눈 위를 달리면서 손상을 입는다. 오물이 달라붙거나 흠집이 생기면 미끄러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스키 선수들은 아랫면에 파라핀·불소 등의 물질로 만들어진 왁스를 바른다. 아랫면이 반들반들해지면서 마찰이 줄어들고 활강 속도가 빨라진다. 자동차로 따지면 왁스가 '액셀 페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브레이크 페달'처럼 스키를 눈 표면에 잡아주는 왁스도 있다.

스키도 잘 나가려면 화장품을 바른다. 스키 아랫면에 왁스를 바르고 다리미로 눌러 붙이는 모습. 크로스컨트리에선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끈적이는 왁스를 바르기도 한다. /조선일보 DB

그러나 평지, 때때로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종목에선 반대 역할의 왁스가 필요해진다. 스키가 미끄러우면 전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 선수들은 일반 파라핀 왁스에 고무 성분과 송진 가루 등을 섞어 끈적하게 만든 '킵 왁스'를 뿌린다. 다리미로 눌러 붙이면 비탈길에서도 스키가 뒤로 잘 밀리지 않는다. ▶기사 더보기

루지는 동계 올림픽 썰매 종목 중에서도 최고 스피드를 자랑한다. 시속 150㎞를 넘는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등 다른 썰매 종목도 시속 120~140㎞로 얼음 트랙을 질주한다. 헬멧 등 보호구를 착용하지만 워낙 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부상 위험이 크다. 선수들은 어떤 부상을 가장 많이 당할까.

먼저 떠오르는 건 골절이다. 고속 주행 중 썰매가 얼음에 부딪히면 불꽃이 번쩍 튈 정도로 충격이 크다. 심하면 사망 사고도 나온다. 조지아의 루지 선수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연습 주행을 하다 곡선 구간에서 튕겨 나가 맞은편 벽의 쇠기둥에 부딪혀 사망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영국 2인승 봅슬레이 팀의 썰매가 뒤집힌 모습. 썰매 아래쪽에 갇힌 파일럿은 트랙에 쓸리면서 등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BBC

그러나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실제로 선수들을 가장 괴롭히는 부상은 뜻밖에도 '화상(火傷)'이다.

영하 10도 가까운 얼음 트랙은 눈으로 보기엔 매끄럽지만 실제로는 우툴두툴하다. 썰매 날이 지나가면 무게와 압력 탓에 날과 맞닿은 얼음 표면이 순간적으로 살짝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트랙 표면이 아스팔트 바닥처럼 거칠어진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은 "선수는 주행 중 양쪽 벽에 수시로 충돌하는데, 그 과정에서 얼음에 몸이 쓸리면서 순간적인 마찰열에 의해 화상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사 더보기

아름다운 선율과 화려한 동작, 작은 표정 연기 하나로 감동을 전하는 피겨스케이팅은 동계 올림픽에서 가장 우아한 종목이다

역설적으로 이 우아한 종목을 빛나게 하는 건 '톱니'와 '칼날'이다. 피겨 스케이트 날 맨 앞엔 짐승 이빨처럼 생긴 '톱니(toe pick)'가 있다. 그리고 스케이트 날의 가장자리(에지·edge)는 아이스하키나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보다 훨씬 날카롭다. 거의 칼날 수준이다.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피겨는 점프와 스핀, 스텝 시퀀스 등을 평가하는 기술 점수(TES), 예술 점수(PCS)를 합산해 채점한다. 그 중 점프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인데, 스케이트 날의 톱니와 칼날이 바로 힘찬 점프를 위해 마련된 장치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평지에서 점프하면 어떨까. 숙달된 피겨 선수들도 2회전 정도를 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빙판에서 트리플(3회전),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할 수 있는 건 톱니로 단단한 얼음을 찍고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겨 부츠의 날 밑면 홈이 유독 날카로운 칼날 형태인 건 점프와 방향 전환을 위한 것이다. 날의 양쪽 끝이 얼음을 파고들어야 점프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기사 더보기

'빙판의 체스'로 불리는 컬링은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탄생했다. 겨울철 얼음이 언 호수 위에서 돌을 가져다가 서로 쳐내는 단순한 놀이였다. 17세기 들어서 요즘처럼 위에 구부러진 손잡이(curl)가 있는 스톤을 쓰기 시작했다. 1998년 나가노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컬링의 묘미는 스톤을 단순히 직선 방향으로 밀어서 상대 스톤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빙판을 닦아 19.96㎏인 스톤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데 있다. 빙판에서 비질을 한다고 돌의 방향까지 바뀌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컬링 경기장의 빙판이 전혀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컬링 빙판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처음 컬링 경기장에 까는 빙판은 피겨 경기장이나 쇼트트랙 경기장처럼 매끄럽다. 하지만 이후 '아이스 메이커(Ice Maker)'가 빙판 위에 물을 분사해 동그란 얼음 결정체를 깔아놓게 된다. 크기는 3㎜~1㎝ 정도로, 자갈처럼 생겼다고 해서 '페블'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컬링 빙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없이 많은 얼음 알갱이들이 빙판 위에 붙어 있는 모습이다. 스톤이 컬링 빙판 위를 가를 때 '드르륵' 소리가 나는 이유도 페블 때문이다. ▶기사 더보기

한국 썰매의 '간판' 윤성빈(23)이 평창에서 메달을 노리는 종목의 이름은 '스켈레톤'이다. 사전에서 스켈레톤(skeleton)을 찾아보면 '뼈대' '해골'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동계올림픽 종목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스켈레톤은 과거 북아메리카 대륙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이 짐을 운반하기 위해 썰매를 이용하던 것에서 유래된 종목이다. 이 썰매가 나중에 유럽 대륙으로 보급된다. 스위스 지역에서 쓰이던 나무 썰매는 내구성을 위해 세로로 된 구조물 위에 가로로 판자를 여러 개 붙여 만들었다.

운반 수단이었던 썰매가 스포츠 장비가 된 건 19세기 말 스위스 알프스 지역이었다. 1882년 스위스 다보스에 제대로 된 첫 슬라이딩 트랙이 설치됐고, 1884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처음으로 스켈레톤 대회가 열렸다. 1906년엔 이웃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 첫 국제 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초창기엔 나무 썰매가 주류였지만, 1892년 최초의 강철 썰매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현대의 스켈레톤은 세로 1m, 가로 80㎝ 정도의 작은 썰매에 엎드린 채로 1200여m의 얼음 트랙을 시속 120~ 140㎞로 질주한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IBSF)은 2010년 "썰매 날은 반드시 강철로 만들어야 하며 썰매의 몸체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규정했다 .▶기사 더보기

동계 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가로 30m, 세로 60m 링크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스케이트로 질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 안팎. 공수 전환도 숨 돌릴 틈이 없지만 스틱을 오가는 퍽(puck)의 이동 속도도 전광석화다. 백스윙한 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날리는 슬랩샷(slap shot)에 걸린 퍽의 순간 최대 시속은 170~180㎞에 달한다. 이 퍽에 맞아 앞니를 날리고 훈장처럼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 관객들은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퍽을 시야에서 놓치게 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퍽의 총알 스피드는 단순히 선수들이 힘이 세서 나오는 게 아니다. 아이스하키 퍽은 빠른 스피드를 갖기 위해 빙판에 놓이기 전, 긴 '통과 의례'를 거쳐야 한다. 냉동고에 최소 6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빙판에 올릴 퍽을 미리 얼음찜질하는 건 재질이 경화(硬化) 고무이기 때문이다. 퍽도 고무인 만큼 복원성과 탄성 때문에 그냥 쓰면 얼음 위에서 통통 튀거나 마찰력이 커서 스피드가 잘 나지 않는다.

너무 차갑게 얼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너무 차가워지면 퍽이 부러지거나 산산조각 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퍽을 얼리는 냉동고의 적정 온도를 섭씨 영하 8~12도로 규정하고 있다.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2분 내에 퍽의 냉동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른 퍽과 임무 교대를 한다.

20분씩 3피리어드인 정규 경기에 사용되는 퍽은 30~35개다. 하지만 퍽이 링크 밖으로 튀어나가거나 연장에 돌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소 80개 이상을 경기 당일 아침 냉동고에 보관한다. ▶기사 더보기

왜 루지 선수들만 신발 꺾어 신고 불량스럽게 걸을까 윤형준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