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등장한 性 소수자… EBS 적절성 논란

조선일보
  • 이해인 기자
    입력 2018.01.08 03:04

    교육방송 '까칠남녀' 性소수자 편… 일부 학부모 "EBS가 동성애 옹호"
    "소수자 차별 다룬건 의미" 의견도

    교육방송 EBS가 성(性) 소수자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일산 사옥 앞엔 '음란방송 폐지하라', '동성애 옹호가 웬 말이냐', 'EBS는 레지비에스?'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이 연일 등장한다. 지난달 25일 EBS 프로그램 '까칠남녀-성 소수자 편'이 방송된 직후부터다. 지난 5일엔 학부모 시청자 10여 명이 사옥 로비를 점거했다. 이들은 8일 오후 2시 EBS 류성우 대외협력국장과의 면담을 약속받은 뒤 해산했다.

    지난해 3월 시작된 '까칠남녀'는 매주 월요일 밤 11시 35분 방송되는 '젠더 토크쇼'다. 피임, 졸혼, 맘충, 낙태 등 우리 시대 성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를 수면 위로 과감하게 끌어올리면서 실험적이고 의미 있는 '성교육 예능'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까칠남녀’ 첫 회에 성 소수자들이 교복을 입고 출연한 장면(위). 방송을 본 학부모들은 지난 1일 경기도 일산 EBS 사옥을 찾아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까칠남녀’ 첫 회에 성 소수자들이 교복을 입고 출연한 장면(위). 방송을 본 학부모들은 지난 1일 경기도 일산 EBS 사옥을 찾아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했다. /EBS·울타리가 되어 주는 학부모 모임

    문제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방송된 '성 소수자'편에서 발생했다. 스튜디오에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4명의 성인이 학생 교복을 입고 출연한 탓이다. 사옥 로비를 점거했던 중·고생 학부모 차승호(47)씨는 "성인인 성 소수자들이 교복을 입고 등장해 성 소수자를 미화했다.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트랜스젠더 직장인이 가장 많이 앓는 장애는 배뇨 장애" "성중립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식의 방송 내용도 학부모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양성애자를 대표해 나온 작가 은하선씨가 "지금은 여자 애인과 살고 있는데 다른 이성으로 갈아탄 적도 있다"는 대목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은하선씨는 '까칠남녀-자위' 편에서 "하루 한 번 자위한다. 어떤 사람들은 바나나, 오이, 참외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성 소수자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비판과 폐지를 요청하는 글이 3000여 건 올라왔다. 울타리가 되어주는 학부모 모임 김수진 대표는 "EBS가 교육방송인지 음란방송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렸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성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10대들이 존재하는 만큼 청소년기 성 소수자 이해 교육은 필요하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성 소수자의 차별과 어려움을 담았다는 건 의미 있지만 교복을 입고 등장한 건 부주의했다"고 지적했다. EBS 측은 "단지 성 소수자가 방송에 나왔다는 것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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