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구하기, 외교만큼 어렵네요

    입력 : 2018.01.08 03:04

    재외공관 관저요리사 구인 전쟁
    1년 계약, 해외 생활 부담에 경력 많은 요리사들 지원 꺼려

    한국 '식탁 외교'의 핵심 전력(戰力)인 재외공관 요리사 구인(求人) 전쟁이 불붙었다. 지난 2일 임명된 대사 29명과 총영사 10명 등 신임 공관장 39명은 각종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내며 요리사 구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해외 생활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경력 많은 요리사가 선뜻 나서지 않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재외공관은 요리사 1명을 고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음식 솜씨 좋은 중년여성 등을 알음알음으로 채용했지만, 이명박정부 시절 '한식 세계화에 재외공관을 활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공채로 바뀌었다. 관저 요리사에 대한 대우는 기본급과 초과근무수당, 상여금 등을 합쳐 대략 월 3000달러(약 320만원) 수준. 부임할 때는 항공료를 지원해 주지만, 귀국편 항공료는 1년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다.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이철원 기자

    중동권 국가 대사로 임명된 한 고위 외교관은 "새로 부임하는 공관장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요리사 채용"이라고 했다. "당연히 조리 경력이 있는 노련한 요리사를 원하지만, 이런 요리사들이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요리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요리사들이 주로 지원하는데, 주빈(主賓) 취향·행사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메뉴를 짜는 데 미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주권 재외공관에서 근무했던 한 외교관은 "현 정부 들어 '적폐 청산' 차원에서 외교관 부인들을 공관 행사에 동원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이들의 노하우를 활용 못 하고 젊은 요리사로만 행사를 치르려니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관저 요리사를 반드시 둬야 하는 건 아니다. 유럽권 재외공관장으로 근무했던 한 외교관은 그러나 "행사가 잦아 관저 요리사가 없으면 매우 불편하다"며 "케이터링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찮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한국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관저요리사는 약 150명이다.

    '식탁 외교'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은 외교의 강력한 무기이다. 나폴레옹 몰락 후 열린 빈회의에서 프랑스 외무대신 탈레랑은 당대 최고 요리사인 카렘(Careme)을 고용해 각국 외교관들에게 환상적인 음식을 제공하며 분위기를 주도해 패전국 프랑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요리사 부당 처우에 관한 보도와 함께 '현대판 관노비(官奴婢)' 논란이 제기되면서 관저 요리사 지원자가 급감하기도 했다. 배화여대 전통요리과 김정은 교수는 "해외에서 경력을 쌓고 견문을 넓히며 한식 세계화에 이바지하고 싶어 하는 요리사 지망생들 사이에서 관저 요리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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