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100% 지지'의 해석 차이

입력 2018.01.08 03:12

김진명 정치부 기자
김진명 정치부 기자

흔히 달갑지 않은 사실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지 말라고들 한다. 사람들은 사실 자체보다 그것을 전하는 메신저를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 실감하는 때가 많은 요즘이다.

지난 6일 본지 A4면에 〈백악관 '文대통령 100% 지지, 남북 대화' 언급 안 했다〉는 기사를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통화했다. 6일자 기사는 그 후 청와대와 백악관이 각각 발표한 브리핑 내용을 비교한 기사였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발표에는 이런 말이나 '남북 대화'란 직접적 표현이 없었다. 백악관 브리핑은 대신 양 정상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정책을 계속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팩트(fact·사실)란 관점에서 별문제 없는 기사였다. 청와대와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서면 브리핑을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청와대 브리핑에는 '최대의 압박'이나 '과거의 실수'란 말이 없었고, 백악관 브리핑에는 '100% 문재인 대통령 지지'란 말이 없었다. 브리핑 자료를 만들 당시 양국 정부 당국자들의 상황 판단이나 정책적 견해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제공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는 이런 지적이 '달갑지 않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정정 보도를 해달라'는 유의 요청이 꽤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 100% 지지'를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더욱 그랬다. 그런다고 해서 당초 양국이 발표한 통화 브리핑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7일 발언도 한국 정부가 앞으로 뭘 하든 100% 지지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나의 강경한 자세에 감사했다. 25년 동안 그들은 강경한 자세를 써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을 내줘왔다. 빌 클린턴이 무엇을 했는지 보라"는 말부터 했다. 과거의 대북 협상이 '퍼주기'였다고 비판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 때문에 김정은이 대화에 나왔다고 말한 셈이다. 그런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북한)이 올림픽에 참여하기 바라고 어쩌면 거기서부터 일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100% 지지한다"고 했다.
r>과거의 대북 협상을 '성과'로 보는 정부와 '실수'로 보는 정부 사이에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고깝게 듣는대도 그것이 사실이다. 대북 대화가 각론까지 진행될수록 그 이견이 드러날 가능성도 커진다.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차이를 잘 조율해 나가는 것이지 '없는 일'처럼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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