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경제는 정치가 아니라니까!

조선일보
  •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입력 2018.01.08 03:17

    4~5년마다 투표하는 정치와 달리 경제는 매일 선택하고 수정해야
    국민은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데 정부는 명분 고집하면 '엇박자'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책도 유연하게 고치는 융통성 발휘해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를 뽑는다. 그리고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나 당선자는 국민이 자신이 제시한 정책을 선택했다고 믿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공약 실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 문제에 관해서 국민은 4, 5년에 한 번이 아니라 매일매일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통계도 훨씬 더 높은 빈도로 제공된다. 그래서 선거 공약을 통해 지지를 확인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기대한 바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 다음 선거를 기다릴 것 없이 정책을 수정하는 융통성이 필요하고 또 가능한 것이 경제정책의 특징이다.

    경제정책은 최종 목표가 어차피 '누구나 고르게 잘사는 사회'이고 이를 실현할 수단과 방법·속도 면에서 의견이 다른 데 불과하다. 이 때문에 조금 융통성을 발휘해도 공약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너무 얽매여서 집착할 필요가 없다.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극히 낮은 경우가 많아서 찬성률이 50%를 넘었다는 게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사례가 많다. 흔히 찬성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 응답률이 더 높고,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일에까지 나서서 "당신에게 무엇이 이익인지 당신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설치는 사람들이 훨씬 응답률이 높은 데서 나오는 왜곡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이 선택한 결과를 실시간(實時間)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경제 문제에 비용을 많이 들여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한 예를 들어보자. 국민에게 '쌀 산업을 지켜야 하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 99%가 "그렇다"고 긍정 답변을 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국민이 돌아서서는 1인당 연간 137㎏까지 먹던 쌀을 이제 62㎏밖에 먹지 않는다. 쌀 산업을 지키려면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다른 먹거리가 있더라도 쌀을 먹어주어야 가능한데, 국민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재래시장과 동네 소매점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 소매점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내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 영향 평가제 등을 내세운 입지 규제, 셔틀버스 운행 금지에서 시작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한 달에 며칠 이상 휴업을 의무화하는 등 참으로 집요하게 규제해 왔지만 그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얼마 전 한 TV 뉴스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재래시장 상인에게 마이크를 들이댔을 때 "나도 여기서 장사하지만 물건 살 때는 ○○마트에 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솔직한 고백이 국민의 선택이다. 젊은이들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에서 해외 직구(直購)를 하는 시대에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의 경쟁자가 눈에 보이는 대형 소매점뿐이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좋은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케이블카나 산장 등 산지(山地) 관광 인프라에 대해서도 자연환경 보전을 내세워 반대하는 사람들 목소리만 들린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그런 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알프스나 로키, 히말라야 등으로 떠나 버리기 때문이다. 국민은 가차 없이 가격 대비 효율을 따져서 경제 행위를 한다.

    여론조사를 하면 물가 안정, 집값 안정이 항상 최상위 경제정책 목표로 나온다. 그런데 시장을 통한 자연스러운 수급 조절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참지 못하여 무리한 인위적 수단을 동원하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교 평준화 역시 국민의 선택이었지만 바로 그 국민이 자기 자녀는 과외를 시키고, 학원에 보내고, 외국 유학을 보낸다. 개인이 사교육과 외국 유학에 쏟아붓는 천문학적 금액을 공교육으로 흘러들게 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이 더 나은 교육보다 싸고 평등한 교육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착각 때문이다.

    국민은 언제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상적 명분이나 목표를 추구하는 데서 생기는 엇박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결과 인구가 2배 반이나 되는 일본보다 더 많은 한국인이 해외로 여행과 유학을 떠나는 나라가 되었고, 전통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산업과 4차 산업혁명에서마저 중국에 압도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실시간으로 측정 가능한 국민의 선택을 직시(直視)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 동력 발전이라고 하는 모든 국민이 원하는 경제적 실리 추구에 국민과 함께 매진해 줄 정부가 나타나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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