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가르치지 않아… 실패 거듭하며 나만의 답 찾는다

입력 2018.01.08 03:04

4차 산업시대, 메이커교육이 뜬다
직접 설계·제작, 문제해결력 향상
소프트웨어 접목, 코딩교육도 활기
내년부터 초 5·6, SW 교육 '필수'

# 최인정(41·서울 강남)씨는 초등 2학년 딸을 일주일에 두 번 메이커교육을 하는 씨큐브코딩 대치센터에 보낸다. 이 학원이 오픈하는 지난해 11월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1호'로 등록했다.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선 객관식 문제를 한두 개 더 맞히는 것보다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두 달 만에 아이가 컴퓨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스스로 무언가 만드는 즐거움을 안 것 같다"고 했다. 최씨 딸은 영어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최씨는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외국어 학습보다 메이커교육이 먼저라는 게 우리 가족 판단"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 교육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지금까지와 다른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단순 암기나 정보 분석 능력에선 이미 기계가 인간을 넘은 지 오래다. 이제 인간은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문제발견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메이커(Maker·창작자)교육을 다수 선진국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접목한 코딩(Coding) 교육도 활기를 띠고 있다.

씨큐브코딩 대치센터에서 메이커교육을 받는 초등생들. LED에 불이 깜빡이게 하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씨큐브코딩 대치센터에서 메이커교육을 받는 초등생들. LED에 불이 깜빡이게 하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백이현 객원기자
◇정답만 좇는 아이에게 실패 가르쳐라

지난달 22일 오후 8시 30분, 메이커교육 및 코딩교육을 하는 씨큐브코딩 대치센터에서 초등생 네 명이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 목표는 노트북에 연결한 정사각형 기판(도트 매트릭스 모듈) 위 LED에서 화살표 모양 불빛이 5초간 반짝이게 하는 것. 김수민 씨큐브코딩 대치센터 원장은 "기판은 자동차 주요 구성품인 헤드라이트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며 "자동차가 좌·우회전 할 때 켜는 일명 '깜빡이'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그간 닦은 코딩 실력을 활용해 프로그래밍에 온 집중력을 쏟았다. 친구들 간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토론도 했다. 이진우(서울 세종초 4)군은 "화살표 불빛을 만드는 좌표 작업은 쉬웠는데, 5초간 깜빡거리다 꺼지도록 하는 게 어렵다"면서도 "시간이 좀 걸려도 선생님 도움 없이 완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군은 "평소 자동차를 좋아해 지금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미로를 빠져나가는 자동차 게임을 집에서 혼자 만든 적도 있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은 과제를 완수하지 못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수업이 끝날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요즘 들어 나타난 변화"라고 했다. 보통 객관식에 익숙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처음 여기 오면 정답이 똑 떨어지듯 명확한 완성품이 없는 수업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했다. 강사가 "이것을 하라"고 제시하지 않고 아이들이 원하는 목표를 정하도록 하는 과정도 낯설어한다. 김 원장은 "이곳 아이들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자기만의 답을 찾는다"며 "다양한 답변을 생각하는 인재가 되려면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태도를 익혀야 한다"고 했다.

이들 뒤에선 직전 반 수업을 끝낸 김연준(서울 우솔초 2)군이 따로 남아 자리를 잡고 게임 캐릭터를 그리고 있었다. 김군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가 움직이게 하고 있다"며 "게임을 하는 것보다 만드는 게 더 재밌다"고 했다.

◇공교육도 메이커교육 '활기'

올해부턴 공교육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중학생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이 SW 교육을 필수로 수강하도록 했다. 각 교육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본격적으로 공교육에 메이커교육을 도입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메이커교육 인프라를 조성하고 교사 연수를 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2022년까지 메이커교육에 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97개 학교가 운영하는 메이커교육 전용 공간을 2022년까지 부산 지역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학원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교육 및 입시 제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강남을 포함한 전국에 메이커교육 및 코딩 학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학원 수업이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거나 기기 조작법을 익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김수민 원장은 "다수 학원 강사가 '이것을 만들라'고 지시한 뒤 아이들이 뒤처지면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메이커 수업은 학생이 스스로 고민해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하고 실제로 제작하면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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