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쉬다' 가는 끈적한 모텔, 직장인·청춘남녀의 놀이터로 만들다

    입력 : 2018.01.06 03:02

    '숙박업계 공룡' 야놀자 이수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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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훌쩍 놀러갔다 오면 한 주가 힘이 나죠. 잘 노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고 좋은 숙소를 찾고 알리고 있습니다.” 모텔 내부를 모델하우스처럼 구경할 수 있도록 꾸민 ‘좋은 숙박 연구소’에 이수진 대표가 앉아있다. /김지호 기자
    열다섯 살 소년은 원망조차 없었다. 네 살 때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어머니는 그 후 재혼해 집을 나갔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한글도 못 떼고 농사일을 도왔다. 그나마 살아계신 할머니가 살뜰하게 손주들을 챙겼다. 열다섯 되는 해에 할머니마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형제들은 친척집에 뿔뿔이 흩어지고 소년은 철저하게 혼자가 됐다. "남들이 부모 없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익숙했어요. 남들은 원망할 부모가 있었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니 원망을 속으로 삭여야 했어요.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나서는 하도 세상 원망을 많이 해서 더 이상 원망할 힘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야놀자 이수진(40) 대표의 이야기다. 야놀자는 온라인·모바일로 숙박업소 예약을 대행해주는 기업. 2017년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면서 숙박업계 '공룡'이 됐다. 회사의 뿌리는 모텔에 있다. 대표가 5년 가까이 모텔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2005년 숙박업소 광고를 한 게 시작이었다. 서울 삼성동 야놀자 사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어쩌다가 모텔 일을 시작했나요?

    "막일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가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어요. 숙식이 되면서 월 200만원 정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봤죠. 원양어선, 도자기 공장, 모텔이 추려졌어요. 배를 타면 못 돌아올 것 같았고, 도자기는 흙을 만져야 하니까 싫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농사는 지겹도록 지었으니까요. 여름에 에어컨 있고 겨울에 난방되는 데다가 밥 주고 재워주는 모텔이 딱이라 생각했습니다. 심사숙고해 고른 직업이 모텔 청소부였어요."

    ―일해 보니 어떻던가요?

    "첫 출근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슬리퍼랑 속옷, 편한 옷만 챙겨오래요. 면접도 없이 일 시켜준다니 무서웠어요. 친구들에게 연락해 '내가 모텔에 취직하는데 혹시 연락이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하고 출근했죠(웃음). 처음 가면 침구 정리부터 배워요. 침대보를 당겨서 매트리스 사이에 빳빳하게 끼워 넣어야 하니까 손등이 다 까졌어요. '내일은 꼭 도망쳐야지' 하고 버티다 보니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가더라고요. 의정부 있을 때는 장기 출장 온 미군들이 많아서 팁이 넉넉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뭘 했나요?

    "샐러드 가게를 차렸어요. 3개월 만에 망했죠. 몇 년 동안 번 돈을 다 날리고 원점으로 돌아왔어요. 어깨너머로 본 게 있으니 모텔 광고를 해보자 생각했어요. 당시 제가 모텔 종사자들이 모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홍보를 하고 광고비를 받는 거죠."

    ―광고를 한다고 사람들이 모텔에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나요?

    "현장에 있어 보니 프런트의 분위기만 봐도 이곳이 장사가 되는 집인지 알 수 있었어요. 장사 안 되는 곳을 찾아 줄기차게 사장님을 설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모텔을 광고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아무도 일을 안 줬어요. 몇 개월은 잡상인 취급을 받았죠. 계속 얼굴 비추고 일을 도우며 직원들과 친해졌어요.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 새로운 거래처는 못 가고 항상 가던 모텔에만 가니 어느 날 사장님이 '광고는 어떻게 하는 거야?' 묻더라고요. 그렇게 100만원짜리 광고를 처음 계약해서 세 달 만에 매출을 3000만원 올려 드렸어요. 그게 소문을 타면서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언제부턴가 버스·영화관·TV에서 모텔 광고가 자주 보입니다.

    "모텔 홍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들이 후기를 남길 수 있게 게시판을 열었는데 '오늘은 여기 데이트가 좋아요' 따위의 글이 올라왔어요. 주 고객층이 2024였는데 모텔 주변의 데이트 코스 정보를 나누더라고요. 그들에게 모텔은 그저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 중 하나였던 거죠. 그때 저도 모텔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2007년부터 모텔 주변 데이트 코스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이색 카페, 점집, 한복대여점, 맛집을 취재해 모텔 정보와 함께 올리니 호응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점차 양지로 나왔죠."

    ―최근 숙박업계 경쟁도 과열되고 있는데요(최근 야놀자는 경쟁사 '여기어때'가 자사 데이터를 불법 추출했다며 수사 의뢰해 운영사가 검찰에 송치됐다. '여기어때' 역시 야놀자 직원 일부가 자사에 대한 비방글을 유포했다고 주장했고 해당 직원들은 검찰에 송치됐다).

    "안타깝죠. 지난 12년간 숙박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처음에 모텔업을 시작할 때 사람들에게 모텔은 여전히 음지에 있는 곳이었어요. 지금도 그런 생각 하는 분이 절반 정도는 돼요. 사람들의 인식은 생각보다 천천히 바뀝니다. 환경이 변하길 기다리는 것은, 부모 없는 제가 부모가 생기길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 세상보다 빨리 변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변화도 있다고 생각해요."

    야놀자 사옥 곳곳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붙어있다. "우리는 노는 문화를 개척하여 행복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고심하다 이 대표가 직접 지었다.

    "'우리는 숙박업소의 예약을 많이 받는 일을 합니다'라고 하면 어떤 직원이 자신의 열정을 쏟겠어요? 사람들이 숙박업소를 왜 찾을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회사에선 출장비 5만원 주는데 모텔에서 담배 냄새 나고 시끄러우면 다음 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여행 가는데 돈은 없고, 일단 가서 모텔이라도 구하면 상태는 괜찮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거죠. 그들이 하는 고민을 행복한 상상으로 바꾸고 싶었어요. 우리는 사람들의 상상 속 행복을 현실에 대입해주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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