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오고 北선수단 지원하면 제재 위반?

조선일보
  • 박국희 기자
    입력 2018.01.05 03:11

    딜레마에 빠진 우리 정부

    북한에 "선수단 보내달라" 초청
    교통·숙소 해결해줄 듯 말했지만 고려항공도 크루즈선도 제재대상
    美 "안보리 결의 어긋난다" 입장

    우리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재비를 지원할 경우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우리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북한 대표단을 이끌 경우 정부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체재 비용 지원은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

    정부는 우리가 초청한 만큼 북한 선수단을 비롯해 응원단 등의 평창올림픽 체재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중국에서 북측 문웅 체육단장을 접촉했던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가 제공하는 크루즈선을 북 원산항에 보내 선수단과 응원단을 속초항으로 데려오겠다"고 제안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북한이 참가하면 (선수단)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우리 정부가 북한 선수단 체류 비용 부담에 난색을 표하자 북측은 불참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에서 약 5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최룡해(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016년 8월 브라질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당시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경기장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최룡해(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016년 8월 브라질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당시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경기장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최 부위원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방한했지만, 지금은 정부의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인도적 목적 이외의 대북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선수단이나 응원단에 직접 현금 지원을 할 경우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당국도 "민간 기업 등이 아닌 한국 정부가 북한 선수단 참가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은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아직 남북 간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고, 지원 문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북 선수단 지원이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되는지를 놓고 심층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 고위급, 우리 독자 제재 리스트에

    북 평창 참가와 대북 제재 충돌 가능성
    일각에서는 북한 내 2인자인 최룡해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직접 선수단과 대표단을 이끌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북한 '실세 3인방'으로 꼽혔던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이 폐막식에 맞춰 깜짝 방문을 했었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북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우리 대북 제재 리스트에 북 고위급 인사들이 다수 추가됐다. 최룡해·황병서를 비롯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30여 명의 고위급이 명단에 올랐다. 정부 당국자는 "제재 대상 인사의 국내 금융기관 거래가 금지된 것이지 이들의 국내 출입국이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재 대상 인사들의 방남(訪南)을 우리 정부가 반기고 지원해주는 것은 대북 제재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항공·크루즈선도 제재 대상

    북한 대표단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도 관심거리다. 2014년 3인방은 고려항공을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들어왔다. 하지만 북한의 국적 항공사인 고려항공 역시 한·미의 독자 제재 대상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독자 제재 대상이라도 자산 동결, 금융거래 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질 뿐 한국에 오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고려항공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국제 공조 체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태국, 파키스탄, 쿠웨이트 등은 이미 대북 제재 동참을 위해 고려항공 노선을 없앴다.

    크루즈선을 북 원산항에 보내 대표단을 데려오는 것도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한·미·일 3국 정부는 북한에 기항했던 선박은 상당 기간 자국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자 제재를 취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그 제재를 깨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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